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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윗선'엔 손도 못댄 檢…졸속 수사로 신뢰 붕괴 자초

[흔들리는 법조3륜] <상> 벼랑 끝 몰린 검찰·공수처

'살아있는 권력'에 늑장·봐주기…수사 의지 안보여

정권 초 칼잡이로 주목받다 '견찰' 등 흑역사 반복

총장부터 검사까지 靑에 좌우…檢 '인사 독립' 시급

김오수 검찰총장이 취임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정권 눈치 보기' 수사로 일관하며 검찰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검찰이 국민의 불신을 받고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다. 역대 정부에서 검찰은 정권 초기 부정부패를 도려내는 ‘칼잡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수사가 정권 입맛에 맞춰지거나 정작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이며 정권의 시녀, 견찰(犬察)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수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하거나 늦장·봐주기 수사로 일관하면서 “검찰이 불신을 자초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올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판박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하명 수사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의 수사에서 검찰은 여야 간 ‘정치 중립성 공방’의 주연으로 등판했다. 사건이나 수사 대상만 바뀌고 있을 뿐 수십 년 동안 이어진 해묵은 스토리는 전혀 변하지 않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을 조정했지만 검찰을 둘러싼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결국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붕괴를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는 검찰의 흑역사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등 대장동 패밀리를 구속 기소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등 ‘윗선’ 수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대장동 수사는 수사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검찰은 수사 초기 곧바로 강제 수사에 돌입한 화천대유·성남도개공 등과 달리 성남시청에 대해서는 수사 개시 23일 만에 압수 수색에 나서며 ‘의도적 시간 끌기다’ ‘증거인멸의 시간만 보장해줬다’ 등의 비판에 직면했다. 유 전 기획본부장의 휴대폰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거짓 해명 논란으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감사에서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지 불과 4시간 만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이 기각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정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결국 김 씨와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4인방’을 수사 개시 54일 만에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수사가 뒷걸음질쳤다’는 혹평만 나왔다. 검찰이 김 씨 등을 20일 동안 수사하고도 배임 금액을 특정했을 뿐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후보와 성남시 관계자 등 윗선의 배임 관여 여부는 대장동 4인방 공소장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되레 수사 기간 중 쪼개기 회식 논란으로 수사팀 총괄 부장검사가 중도에 교체되는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수사 의지가 없다’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검찰은 지난 24일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당시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대장동 수사 착수 이후 두 달여 가까이 흘러 ‘늦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 전 정책실장 등 최측근 소환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성남시 압수 수색으로 개발 사업 승인·인허가 관련 자료, e메일 기록 등을 확보하고도 주요 인물을 소환하지 않아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더욱이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검찰 수뇌부의 언행과 과거 행적은 검찰이 스스로 국민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게 했다. 대장동 수사를 지휘하는 이 지검장은 국감에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에 대해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7시간 만에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면서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2020년 12월부터 올해 5월 7일까지 성남시 고문 변호사로 위촉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대검찰청이 감찰 과정에서 확보한 대변인 공용 휴대폰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압수 수색하면서 하청·주문형 감찰 논란도 빚어졌다.



법조계는 물론 학계에서는 대통령이 평검사부터 검찰총장까지 임명하는 기존 인사 체계로는 검찰이 정치 중립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청법 제34조(검사의 임명 및 보직 등)에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 수장인 검찰총장도 법무부 장관 제청 이후 인사 청문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한다. 인사 결정 구조의 변화가 검찰 중립·독립성 확보에 필요충분조건인 만큼 결국 검찰 개혁의 최우선 과제가 ‘검찰의 인사 독립’이라는 것이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 협의된 인사안을 청와대가 최종 결정하는 구조여서 검찰인사위원회에 실질적 권한이 없다”며 “이 때문에 (검찰이) 정치권이나 (청와대 등) 인사권자의 영향을 받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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