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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법 개정·법률 플랫폼 등 강경책..."실리 못챙기고 공익 저버려"

[흔들리는 법조 3륜] '밥그릇 지키기' 몰두한 대한변협

신규 변호사 실무연수인원 제한

일방 행보에 초임 변호사 피해

30일 세무사법 헌법소원 청구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의 품위를 보전하고 법률 사무의 개선과 발전, 그 밖의 법률 문화의 창달을 도모한다.”

변호사법 제78조 제1항이 규정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설립 근거다. 3만 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인 변협은 규모만큼이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정부 기관이 아닌 전문직 단체 중 등록권과 징계권을 지닌 곳은 변협이 유일하다. 이는 군부독재 정권 아래에서 민주주의를 지켜온 변호사들의 공익성을 인정하고 권력에서 벗어난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변협회장이 검찰총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공수처장, 특별검사 후보자 등 법조 내 주요 요직 추천권을 가진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최근 변협이 보인 행보를 보면 존재 목적이 단순히 ‘밥그릇 지키기’로 비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변협이 내린 ‘신규 변호사 연수 인원 200명 제한’ 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변협은 “양질의 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마다 늘고 있는 변호사 수를 억제하기 위해 강경책을 내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변협이 방침을 철회하면서 사태는 해프닝으로 그쳤으나 예비 회원을 협상의 볼모로 내세운 점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변협 실무 연수를 이용하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는 로펌에 취업하지 못한 상대적 취약 계층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어 “변협이 공적 책임을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변시에 합격한 한 변호사는 “변협이 갑작스레 연수 인원 제한을 꺼내 드는 바람에 어떻게든 취업을 해야하는 합격자들은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터로 내몰렸다”며 “원하는 변시 합격자 수를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후배들을 볼모로 잡은 격”이라고 말했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의 분쟁에서도 변협의 공격 대상은 힘없는 변호사들이었다. 직역수호변호사단 공동대표 출신인 이종엽 변협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로톡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변협을 위시한 여러 변호사 단체들은 로톡을 잇따라 경찰·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신고했지만 줄줄이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 그럼에도 변협은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로톡을 통해 홍보의 갈증을 해소해온 초임 변호사들의 현실과 소비자의 편익은 뒷전이었다.

이덕규 변호사는 “아무리 직역 수호가 필요하다지만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한 조치는 다 실패했으면서 같은 변호사만 징계한다는 데 대해 일선 변호사들의 불만이 크다”며 “문제가 된 변호사 광고 규정은 20명 남짓한 변협 이사진이 정해서 3만 명의 회원들에게 적용한 것인데 이는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징계권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는 속전속결로 착수한 반면 기성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는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초임 변호사는 “전관 변호사들이 끼어 있는 ‘사무장 로펌’은 눈감아주면서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변호사들이 이용하는 플랫폼만 규제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목소리는 큰 데 비해 정작 직역 수호 성과는 초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1일 국회는 장부 작성 대행과 성실 신고 확인 등 핵심 세무 업무를 변호사가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변협의 완패였다. 이와 관련해 변협은 30일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한편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로 했다.

업계 내부에서는 로톡·세무사법 등 갈등에서 변협이 번번이 밀리는 이유는 양보 없는 ‘치킨 게임’만 고집하는 변협 집행부의 태도라는 시각도 있다. 변협 회무 경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변협의 강경한 모습이 ‘속 시원하다’는 느낌은 있으나 결과적으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현실적으로 양보할 건 양보하고 협상해서 얻어내는 게 필요한데 생색만 내지 실리를 얻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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