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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환자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

이경권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현행 의료 체계가 환자 치료 중심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수십 년 전부터 제기됐던 것처럼 치료 중심이 아니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의견이 일치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예방 활동에 대한 수가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치료 행위에 대해서만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 수가 체계 역시 행위별 수가제다. 검사·치료 등 개별 의료 행위가 아닌 상담이나 기타 활동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보상이 없다. 따라서 의사들도 보상이 없는 의료 행위는 잘하지 않으려 한다. 비록 그것이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공무원인 의료인들은 굳이 고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가적인 일에 힘들이지 않고, 공무원이 아닌 의료인들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인지상정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거론하거나 전문직의 도덕성을 들먹이면서 비난하는 것은 ‘내로남불’에 불과하다.

사람의 선의가 아닌 제도나 정책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기존 관리 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관리 주체나 서비스 제공 주체 위주가 아니라 환자 위주의 의료 체계로 바꿔야 한다. 의료 행위는 의료인만 할 수 있고, 건강 관리 서비스는 일반인이나 일반 기업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기업에 소속된 의료인이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인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의료 서비스와 건강 관리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것이 허용되는지를 두고는 법령 해석이 갈린다. 사람의 몸을 만지는 행위임에도 어떤 것은 도수 치료, 어떤 것은 안마, 어떤 것은 스포츠 마사지, 어떤 것은 카이로프랙틱으로 구분된다. 환자는 의료 서비스든 건강 관리 서비스든 자신의 병을 낫게 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의 뭉친 어깨 근육이 풀리기만 한다면 도수 치료든 스포츠 마사지든 상관없다. 그럼에도 현행 법령에 의하면 어떤 행위는 특정 직종만 해야 하고, 특정 서비스는 특정 기관만 제공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현재 의료 서비스의 대세는 통합 의료다. 진료과별로 나뉘어 진료하던 것에서 초기부터 한 환자에 대해 여러 과가 협력해 진료를 제공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의료 서비스 제공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이미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영역도 바뀌어야 한다. 인터넷으로 도수 있는 안경이나 콘텍트렌즈를 판매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없고, 국민의 눈 건강을 명분으로 한 특정 직종의 목소리만 크다. 약 배달의 경우에도 의료 기관이 일부 약국을 지정해 보내주도록 하는 방식의 담합 가능성만 부각해 보건소를 관여시키고 있는데 환자가 지정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환자의 편의성을 우선해야 함에도 다른 것들을 더 중시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큰 흐름에서 본다면 기존 법령으로 바뀌는 세상을 규율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디 구르는 수레바퀴를 막으려는 사마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명백히 제공자 중심에서 소비자·환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거나 이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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