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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한시 허용으론 '전화 진료' 그쳐···"전면 확대해 의료사각 없애야"

■재택치료 급증에도…원격의료 '21년째 빗장'

DJ때부터 논의 시작했지만 개원의 등 반발에 지지부진

美·獨 등 만성질환자·코로나 환자에 원격의료 적극 활용

"의사 정원 확대 쉽지않아 선택 아닌 필수…영구적 허용을"

명지병원 의료진이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컴퓨터·스마트폰 등을 통해 원격으로 건강 상담과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전화·화상으로 재외국민에게 의료 상담 및 진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 요청 시 의료진이 판단해 처방전을 발급한다. 명지병원의 원격의료 서비스는 최근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다. /사진 제공=명지병원




“현재 체온이 어떻게 되나요. 지금 타이레놀 하나를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특이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시고요. 처방이 필요한 경우 의사를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에서 재택치료전담팀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하루 두세 차례 체온, 기침 여부 등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한다. 전담팀에 속한 5명의 의사는 처방이나 문진이 필요할 때 대응한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회가 지난해 12월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이런 원격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원격의료를 이용하고 있는 환자는 비단 코로나19 재택치료자뿐만이 아니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전화 상담 및 처방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에서 하향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된 원격의료가 종료된다는 점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원격의료 시스템에 투자하려고 해도 투자하기가 힘든 셈이다. 서울 소재의 한 병원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병원이 갖고 있는 원격의료 시스템은 사실 그냥 전화기”라며 “진정한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 시스템에는 투자를 하기가 힘들다. 일부 대형 병원이 원내 회진 등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고작”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발(發) 한시 허용이 ‘사상누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감염병예방법이 아닌 의료법에 따른 영구적 원격의료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의료인의 반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김대중 정부는 지난 2000년 ‘지식정보화 사회 구현을 위한 규제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했다. 그해 시범 사업도 진행했다. 이후 고(故)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모두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미국·프랑스·독일·중국·일본 등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를 앞서 도입하고 있는데도 한국은 첫 시범 사업 시작 이후 무려 21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1990년대부터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시작한 주요 국가들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격의료 대상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사전 대면 진료를 받은 경우에만 원격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부 주는 선(先) 원격진료도 가능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발생 시 의료 붕괴 방지, 도서·산간·벽지 등 의료 사각지대 해소, 만성질환자 등의 편익 제고, 글로벌 시장 공략 등을 위해 원격의료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 정원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도서·산간·벽지 등의 의료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원격의료 도입은 불가피하다”며 “최근 의료계의 기류도 과거와는 달라진 게 사실이다. 21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처방은 허용하지 않지만 비대면 상담 등 간접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강병원 민주당 의원 안과 의료 취약지와 진료 취약자에 한정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최혜영 의원 안이 계류돼 있다.

제2, 제3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의료 붕괴를 막고 현재의 전화 상담 및 처방 원격의료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원격의료 허용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만성질환자들의 편익 제고를 위해서도 원격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미국에서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95%가 만성질환자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닥터나우 이사)은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감염병이 또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감염병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원격의료는 더 필요하다”며 “의료진의 과부하 업무를 덜어주고,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국민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원격의료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용 대한디지털헬스학회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그동안 원격의료가 결국 (대학병원) 승자독식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어 거론조차 안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19라는 사상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져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도 쉬쉬할 게 아니라 이제 공론화된 테이블에 원격의료를 올려두고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의견을 수렴해 시대적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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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IT부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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