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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알 권리와 비급여 진료비 공개

■김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서울대 간호대 교수)

전문영역 '의료' 독점행사 가능

환자 의료비 부담 불확실성 커

도수치료 250배·약침술 667배

의료기관따라 진료비 천차만별

비급여 가격 표준화 서둘러야





코로나19 시대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 중 하나가 온라인 거래의 급증이다.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의 가격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고, 소비자 후기를 통해 상품의 질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획득하며 최종적으로 ‘가성비’에 근거해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세계 각국은 의료서비스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병원 접수대에는 비급여 가격표가 마치 식당 메뉴처럼 게시되어 있다. 또 호주에서는 모든 비급여 가격을 정부가 결정해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의료기관이 임의로 건강보험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시술할 수 없다.

디지털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상품에 대한 가격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건강보험 비급여 의료서비스다. 의료의 질은 차치하더라도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의료서비스가 어느 의료기관이 얼마에 제공하는지 알 길이 없다. 진료 후 일방적으로 제시되는 청구서를 받아들고 나서야 비로소 비급여 가격을 알게 된다. 비급여 가격에 대해 소비자는 알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가격정보가 없으니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도 없다.

의료서비스는 다른 재화나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회경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에 근거한 독점이다. 의료서비스에 관한 정보는 매우 전문적이어서 의사에게 집중되어 있고 일반인은 제대로 알 수 없다. 따라서 환자는 진료를 받을 때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의사는 면허제도의 독점권에 기반하여 손쉽게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13년 이후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동네의원을 포함해 전국 7만여 의료기관의 600여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을 조사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의료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9월 공개한 비급여 자료에 의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의 차이가 일반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다소 충격적이다.





비침습적 산전검사는 최저 14만 원에서 최고 132만 원으로 10배, 조절성 인공수정체는 최저 25만 원에서 최고 831만 원으로 33배, 도수치료는 최저 2,000원에서 최고 50만 원으로 250배, 치과 크라운은 최저 5만원에서 최고 360만 원으로 72배, 한방 경혈 약침술은 최저 300원에서 최고 20만 원으로 무려 667배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관의 유형과 가격 차이에 따라 해당 의료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가격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비급여 가격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매우 불확실하고 과잉진료가 만연해질 수 있다. 특히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아무리 확대되도 보장률은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공보험 환자에게 정부의 사전 승인 없는 비급여 진료를 금지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비급여의 가격과 정보를 정부가 결정하고 공개한다..

이번에 개선된 또 하나의 제도는 비급여 가격에 대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모든 선진국에서 당연히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제부터라도 비급여 진료비 사전설명제도가 도입된 것은 고무적이다.

한편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주요 수술이나 질환별 총진료비 정보 등 의료이용자인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 발굴과 비급여 가격 공개제도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비급여 진료비 관리의 선진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비급여 가격의 표준화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건의료정책이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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