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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기이기방(欺以其方)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확진자 급증 이어 코로나 변종 출현

신이 아닌 이상 확실한 대비 어려워

데이터 기반 과학적 해법 찾을때까지

과도한 불안 부각 말고 기다림 필요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우리는 지난 11월에 위드 코로나를 실시했는데 12월에 이르러 단계적 일상 회복의 지속을 두고 두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는 위드 코로나의 실시부터 예상된 문제다. 근래에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처음으로 5,000명 선을 넘고 위중증 환자가 700명을 넘어서면서 의료 인력과 병상 부족의 문제가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의 출현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의 지배종이 델타였는데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와 남아공에서 발견된 오미크론이 유럽 등으로 확산되다가 우리나라의 방역망을 뚫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자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의구심은 사람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어떤 입장에서 이 의구심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후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하나는 신의 입장이다. “위드 코로나를 실시하면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의 발생이 급증하게 될 줄 몰랐느냐” “위중증 환자가 급증할 경우 병상과 의료 인력을 미리 확보해야 하지 않는가” “코로나19의 변이가 발생하더라도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 않는가” 신의 입장에 서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것에 대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게 된다.



신의 입장에 서면 코로나19의 방역 상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쉽다. 사람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어떤 일이 일어나리라 예상할 수 있지만 확정할 수 없다. 예컨대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감염력이 크고 면역 회피의 가능성이 높아 백신의 효용성이 무력화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오미크론의 특성에 대한 사례 보고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 우려를 과도하게 부각시키게 되면 우리는 방역에 대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게 된다. 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의 입장과 달리 과학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일어난 현상의 데이터에 근거해서 문제의 정체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한다. 오미크론의 특성을 파악하기 전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기존의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유보의 태도를 갖는다. 유보의 시간은 답답한 기다림의 과정이지만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한계이다. 아울러 과학의 입장은 세계 각국의 방역을 검토하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급감 현상을 보이는 일본의 사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본의 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이 사례로 이야기되지만 한 가지 특징은 있다. 우리가 일본보다 백신 접종률이 전체적으로 조금 앞서지만 10대 접종률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70%에 가까운 반면 우리는 15%에 머무르고 있다. 이 통계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지금 무엇에 초점을 둬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맹자는 사람이 의구심을 느낄 때 주의해야 할 지점을 이야기하며 정나라 자산(子産)의 일화를 소개했다. 어떤 사람이 자산에게 산 물고기를 선물했다. 자산은 관리인에게 그 물고기를 연못에 기르도록 했다. 관리인은 물고기를 삶아 먹고서 “물고기를 연못에 풀어놓으니 처음에 비실비실하더니 조금 있다 생기를 찾아 유유히 연못 속으로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자산이 이 보고를 듣고 자신이 속은 줄도 모르고 물고기가 제자리를 찾아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맹자는 “그럴 듯한 논리로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합당한 이치가 아닌 말로 사람을 속이기가 어렵다(기이기방·欺以其方, 난망이비기도·難罔以非其道)”고 말한다. 우리는 방역과 백신 효능에 대해 불안을 조성하는 방(方)에 이리저리 휘둘릴 수 있지만 확실한 도(道)의 입장에서 과도한 불안을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의 통제를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신의 입장에 서면 만사가 분명해 보이나 현실이 그에 부합할 수가 없지만 과학의 입장에 서면 일의 진행이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문제를 푸는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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