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완성차 회사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업계에서 ‘회생 전문가’로 불린다. 1958년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타바르스는 어린 시절 고향 리스본에서 자동차 경주를 구경한 뒤 차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자동차 업체 CEO가 되고 싶다는 꿈도 키우기 시작했다. 그는 큰 꿈을 안고 프랑스에서 공학 부문 최고 수준 대학으로 꼽히는 에콜상트랄파리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엔지니어 분야를 전공한 뒤 1981년 르노자동차의 시험 운전(테스트 드라이버)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다양한 신차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술자로 능력을 발휘하던 타바르스가 경영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1999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출범이었다. 당시 닛산은 막대한 부채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지원군으로 닛산과 인연을 맺은 타바르스는 제품전략기획 부사장을 거쳐 2005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닛산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 그는 2011년 르노로 복귀해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올랐다. 하지만 2013년 카를로스 곤 회장의 독단 경영을 비판하며 돌연 사표를 냈다.
이듬해 타바르스는 르노의 라이벌인 푸조시트로엥(PSA) CEO로 컴백했다. 그러나 회사는 적자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과감한 구조 조정과 마케팅 혁신을 단행해 부임 1년 만에 PSA를 흑자 기업으로 돌려놓았다. PSA는 2017년 미국 GM이 소유하고 있던 독일 오펠을 사들여 인수 2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어 2019년에는 미국·이탈리아 합작 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까지 합병해 사명을 스텔란티스로 바꾸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타바르스 CEO가 최근 인터뷰에서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하는데 생산 비용 부담이 제조사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일자리와 제품의 질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살아남기 위해 전기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업계의 고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데도 노조는 공장 간 생산 물량 배분을 방해하는 등 기득권 지키기에 매달리고 있다.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 속에 노사가 힘과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밀려 기업도 일자리도 지킬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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