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장릉 보존지역에 지어졌다며 문화재청이 공사를 중단시킨 인천 검단신도시의 3개 아파트 단지가 모두 공사를 재개한다. 법원이 공사중지명령을 중단해 달라며 건설사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결정문을 통해 공사를 중단할 경우 입주 예정자들이 입을 손해를 “사회관념 상 참고 견딜 수 없는 손해”라고 표현하고, 이 경우 금전적으로 보상하기도 어렵다고 기술하면서 사실상 수분양자들의 입주 길을 열어줬다.
다만 법원의 판단이나 공사 재개 여부와 관계없이 문화재청이 사실상 3개 단지에 대해 최소 일부 철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사태의 장기 표류는 여전히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고등법원 행정10부는 최근 문화재청의 공사중지명령을 두고 대광이엔씨와 금성백조가 신청한 가처분을 인용했다. 현재 김포 장릉 문제에 걸린 건설사는 대광이엔씨와 금성백조·대방건설 세 곳이다. 이들이 시공 중인 3개 단지 44개 동 가운데 12개 동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방건설이 짓는 7개 동을 제외한 12개 동(대광이엔씨 9개 동 735가구, 금성백조 3개 동 244가구)은 앞서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에 따라 모든 공정이 중단된 상태였다.
재판부는 “신청인(건설사)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 사건 처분(공사중지명령)의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입주민이 입을 손해를 판단의 주요 근거로 봤다. 재판부는 “건축물이 준공되기를 기다리면서 임시로 다른 곳에서 거주해야 할 수분양자들 등이 입을 재산적, 정신적 손해 또한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손해가 모두 금전으로 보상이 가능한 손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금전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참고 견실 수 없거나 또는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손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가 임시거처를 구하는 등의 수분양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보고 공사를 재개하도록 한 만큼 건설사들은 일단 중단한 공사를 즉시 재개할 방침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중도금 납입도 재개해 중도금 대출 중단 없이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이날 결정은 문화재청이 진행하고 있는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현상 변경 신청 심의’와는 무관하다. 현재 2곳의 건설사가 문화재청 심의를 거부하고 남은 한 곳마저 사실상 '일부 철거' 내용으로 심의가 보류되면서 사태는 장기 표류하고 있다. 건설사와 문화재청 사이의 지난한 소송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9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현상 변경 신청에 대해 심의한 결과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날 심의는 당초 공동주택 사업자 3개 사 중 2개 사(대광이엔씨·제이에스글로벌)가 문화재위원회 심의 신청을 철회함에 따라 나머지 1개 사인 대방건설에 한해 진행됐다.
심의 결과 문화재청은 대방건설에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이후 이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에 자문한 결과 상부층을 일부 해체해도 하부 구조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공동주택의 상부층 일부 해체는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상부 층 일부 해체를 하라는 의미다. 나무를 심어 경관을 개선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최소 33m에서 최대 58m 높이의 수목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방건설도 높이를 낮추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이 같은 결론을 예상한 대광이엔씨와 금성백조는 각각 내년 1월과 내년 3월 문화재청의 공사 중단에 대한 행정소송 개시에 집중하기로 하고 심의를 거부했다. 심의 요청을 거부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의 외부 골조가 완료된 상태에서 허용하는 한도 내의 가능한 모든 대안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재 선택지는 행정소송밖에 없다”고 밝혔다.
2개 건설사가 법원으로 직행하고 대방건설마저 심의가 보류되면서 사태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소송전의 경우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입장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반경 500m 이내 보존 지역에 높이 20m 이상의 단지를 지으려면 개별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건설사들은 지난 2014년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를 이미 신청한 만큼 법적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고법이 이번 결정 과정에서 사안에 대해 건설사의 입장을 상당수 인용한 점은 건설사에 유리한 지점이다. 재판부는 “장릉삼성쉐르빌아파트 등으로 인해 이미 일부 경관이 훼손돼 있는 상태였던데다 처분 대상 건축물 앞뒤로 이미 준공됐거나 공사중인 고층아파트들이 존재해 설령 이 사건 아파트를 철거하더라도 조망은 일정 부분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내년 6월부터 입주 예정이었던 3,400가구 수분양자들은 상황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공사가 재개되고 입주가 이뤄지더라도 문화재청과 건설사간의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여전히 거주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예미지트리플에듀 입주 예정자 A 씨는 “지난한 행정소송 이후 철거 명령을 떨어질 경우 분양가대로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집값이 너무 올라 갈 데도 없을 것”이라며 “당장 내년 이사할 곳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는 입주 예정자들의 주거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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