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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아래 진리 포기하는 예술은 생존할 수 없어"

[인터뷰]中 반체제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

국립현대미술관서 대규모 개인전 진행 중

톈안먼 광장 앞 가운뎃손가락 사진 비롯해

표현의 자유·난민 문제 다룬 120여점 선보여

"표현의 자유는 인권의 기본 가치·생명" 강조





사진 한가운데 욕설을 의미하는 가운뎃손가락이 떡하니 자리했다. 당당하게 치켜세운 손가락 뒤로는 중국의 자존심 톈안먼 광장이 보인다. 권력을 향한 비판과 저항이 담긴 이 중지(中指)는 이후에도 미국 백악관, 파리 에펠탑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상징적 장소로 배경을 바꿔가며 등장한다. 1995년부터 2011년까지 제작된 이들 사진엔 ‘원근법 연구’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리고 이 문제적(?) 기질의 작가에겐 ‘반체제 예술가’란 수식어가 붙었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인 중국 출신 작가 아이 웨이웨이(64·사진)가 이 도발적인 작품들로 한국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지난 1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막한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난민의 삶을 주제로 한 대표작 120여 점을 선보이는 그는 한국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리와 사실의 추구”라며 “예술이 생존하려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생존을 위해 진리 추구를 포기하는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 웨이웨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주경기장으로 쓰인 새 둥지 모양의 ‘냐오차오’ 설계에도 참여하며 한때 중국 당국의 환대를 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쓰촨성 대지진 당시 당국이 사망자 숫자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중국 사회의 치부를 세상에 알리며 미운털이 박혔고, 2015년 고국을 떠나 유럽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작품은 ‘원근법 연구’다. 지난달 문을 연 홍콩 ‘M+ 뮤지엄’이 개관 전시에서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 20여 점 중 이 작품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관내 전시에서도 제외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어떤 정치 체제에 대한 행위에서 나아가 인권의 기본적 가치”라며 “이는 어떤 권력이나 정치, 종교적 명분으로도 침해될 수 없는 권리이자 생명 본연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상황에서 홍콩 정부 산하의 문화기구가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선 앞으로 홍콩에서도 어떤 수준의 검열과 변화가 있을지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 웨이웨이에게 예술은 문제와 모순으로부터 나오는 존재인 동시에 이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엄혹한 정치 상황을 이유로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은 예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 이 냉철한 잣대는 고국의 미술계를 향한다. 그는 “중국의 미술계는 진리를 추구함으로써 예술을 보호하는 길을 포기했다”며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은 샹들리에(2017~2021)/아이 웨이웨이 스튜디오


날 선 지적은 중국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인류가 직면한 정신·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예술도 변화하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아이 웨이웨이는 “지금 예술은 그러나 반은 죽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세계화의 폐해로 예술에 관한 이론이나 미학, 철학적 사유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씁쓸한 현실 진단은 이번 전시에서도 소개된 ‘검은 샹들리에’라는 지름 185cm 높이 240cm의 유리 작품에 담겨 있다. 그는 “검은 샹들리에는 사람의 두개골과 인체의 모양으로 만들었다”며 “죽음에 직면한, 어둠 속에 있는 인류를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4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이 밖에도 베니스의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섬의 베렌고 공방과 협업해 만든 ‘유리를 이용한 원근법 연구’(2018), 난민들의 옷과 신발 등을 통해 그들의 인권 문제를 다룬 ‘빨래방’(2016), 로힝야족(미얀마에 거주하는 무국적의 인도-아리아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상 ‘로힝야’(2021), ‘코카콜라 로고가 있는 신석기 시대 화병’(2015), 중국 정부의 검열 상황을 풍자한 ‘민물 게’(2011)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참고로, 그의 ‘원근법 연구’ 작품에는 아직 한국 배경이 등장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작업한다면 어디서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아이 웨이웨이는 “내 작품은 모두 즉흥적으로, 도착한 곳에서 셀프 촬영한 것”이라며 “언젠가 한국에서도 그렇게 찍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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