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인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고 있다. 검사-진료-치료로 이어지는 코로나19 관리 전반을 맡은 ‘최후의 보루’ 의료진마저 끝나지 않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위중증 환자가 연일 최다를 기록하며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료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마냥 ‘희생’만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의료계는 잠시라도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이 당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94명, 위중증 환자는 906명으로 모두 역대 최다였다. 하루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하고 위중증 환자는 처음으로 900명대를 넘어서며 일반 의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는 전국에서 5,803명이 확진됐다. 서울 확진자는 2,469명으로 동시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5일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는 7,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중환자 수가 1,000명 이상 나온다면 일반 중환자가 중증 병상으로 오지 못하고 중등증 병상에 머무르는 상황이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의료 대응 여력이 한계에 달하자 사투를 벌여온 의료진도 지쳐 나가떨어지고 있다. 서울의료원의 경우 최근 내과 계열인 진료과부터 정형외과·산부인과 등 외과 계열에 이르기까지 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전문의들이 부쩍 늘었다. 서울의료원은 지난해 2월부터 2년 가까이 비상 체제로 운영돼왔다. 오랫동안 피로감과 우울감에 시달리면서도 정작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이 이들을 병원 밖으로 내몰고 있다. 서울의료원의 한 의료진은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감염병 전담 병원을 운영한다지만 그렇게 버텨온 게 벌써 2년”이라며 “더는 악순환의 고리를 버텨낼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경기도와 서울의 민간 병원들에서는 지정 직후 간호 인력 40%가량이 퇴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남병원 등 서울시 소재 시립 병원 4곳과 공공 병원들은 간호 인력 부족에 허덕인 지 오래다.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은 “환자 배식과 화장실 청소, 소독뿐 아니라 사체 관리까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일을 하고 있다”며 “대유행 때마다 반복되는 상황에 사직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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