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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리움미술관, 새해달력으로 이슬기 택한 이유

리움미술관 이슬기 작품으로 2022년 달력 제작

전통 장인과의 협력·상생→이재용의 '동행'철학

공예의 재발견→이서현이 강조하는 공예 재조명

리움미술관 2022년 달력의 5월을 장식한 이슬기의 2018년작 '우물 안 개구리' /사진출처=갤러리현대




새 단장해 재개관 한 리움미술관이 새해 달력으로 현대미술가 이슬기(49)의 작품을 택했다. 리움은 이슬기 작가의 작품 12점 이미지로 제작한 걸이식 탁상용 달력을 5,000부 가량 제작해 최근 배포했다.

삼성 달력의 특별한 의미


연말에 기업이 제작해 배포하는 달력 중에서도 ‘삼성 VIP용 달력’은 일반종이 수십 배 가격의 전문 판화지에, 예술작품으로 엄선해 한정판으로 제작되기에 ‘작품집’처럼 고가에 중고거래 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 2016년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등을 이유로 VIP달력 제작을 중단했다. 이후 지난해부터 리움미술관이 별도로 달력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에 배포된 올해 달력은 신미경 등 12명 작가의 작품으로 이뤄져 있었으나, 이번에는 한 작가의 작품으로 일년을 꽉 채웠다.

리움미술관이 최근 제작해 배포한 2022년 탁상달력. /조상인기자


과거 삼성 VIP용 달력은 미술을 전공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관심을 갖고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 앙리 마티스의 작품으로 처음 VIP용 달력을 선보인 후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앤디 워홀, 엘스워스 켈리 등 거장의 작품을 담았다. 한국인 미술가의 작품을 수록한 것은 2006년 백남준이 처음이었고, 2008년에는 천경자, 2010년에는 김홍도의 작품으로 달력을 제작했다. 홍 전 관장이 복귀했던 2011년에는 이우환의 작품으로 달력을 만드는 등 배병우·구본창 등 삼성이 택한 달력작가는 항상 주목 받았다.

2022년 리움미술관 달력의 주인공인 이슬기 작가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0’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고, 2007년과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09년 보르도 비엔날레, 2012년 파리 팔레드도쿄 비엔날레, 2020년 부산비엔날레와 포르투갈 리스본 알마다 시립미술관 개인전 등을 진행했다.



리움미술관 달력 7월용 이미지로 사용된 이슬기의 2014년작 '이왕이면 다홍치마'


달력에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불프로젝트U’가 수록됐다. 전해져 내려오는 격언과 속담을 기하학적 구성과 색채 조합의 추상회화로 바꿔, 통영 누비 장인과 협업해 오방색의 이불로 제작한 작품이다. ‘눈 먼 거북이가 기대 쉴 나무를 만난다’는 뜻으로 인연의 귀함을 강조한 ‘맹구우목(盲龜遇木)’으로 1월을 시작해 ‘모르는 사이 부쩍 살림이 는다’는 뜻의 ‘부엉이 살림’으로 12월을 마무리 했다. 모두가 리움미술관 소장품은 아니다. 2월의 ‘쥐죽은듯’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이고, 3월의 ‘고양이 세수하듯’은 부산비엔날레 때 제작돼 파리시립세르누치미술관 소장품이 된 작품이다. 7월의 ‘이왕이면 다홍치마’는 파리, 8월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스위스, 9월의 ‘굴러온 호박’은 런던 등지의 미술관과 개인컬렉터 소장품이다.

리움미술관 2022년 달력의 1월을 장식한 이슬기의 2017년작 '맹구우목'


달력에 담긴 경영철학


리움미술관은 왜 이슬기를 택했을까?

이슬기의 ‘이불 프로젝트’는 형태와 색상이 주는 시각적 명쾌함과 은유·풍자적 속뜻의 유쾌함을 겸비했다. 하지만 리움미술관이 이슬기를 택한 것에는 복합적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슬기의 작품제작 경향에서 두드러지는 ‘협업’과 ‘상생’이다. 이번 이불프로젝트를 포함해 바구니프로젝트, 나무 체 프로젝트, 최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선보인 문살 및 단청 장인과의 협력작품 등 그의 작업에는 ‘협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전통과 민속 등 자칫 사라질 위험에 처한 장인들과의 협력으로 ‘상생’을 추구하는 것은 ‘동행’을 강조하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하나는 공예의 재발견. 이슬기는 회화와 조각 중심의 미술을 탈피해 다른 매체와의 협업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특히 공예의 가치를 재발견해 왔다. 공예·디자인을 현대미술과 함께 재조명하려는 시도는 지난 2019년부터 삼성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이서현 운영위원장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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