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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이슈] '설강화' 역사 왜곡 논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설강화' 스틸 / 사진=JTBC 제공




방송 전부터 대두된 '설강화'의 역사 왜곡 논란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가 이미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고, 협찬과 광고도 줄줄이 철회되고 있다. "방송을 보면 역사 왜곡이 아닌 걸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조현탁 감독의 자신감이 무색한 모양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스노우드롭(snowdrop)'(극본 유현미/감독 조현탁/이하 '설강화') 방송 중지 청원이 올라왔다. 게시글은 하루 만에 23만 명의 동의 수를 얻은 상황이다.

◆ '설강화' 역사 왜곡, 왜 문제인가

청원자는 "1회에서 여주인공 은영로(지수)는 간첩인 남주인공 임수호(정해인)를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건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설강화' 1회에서 임수호가 안기부 요원인 이강무(장승조)로부터 도망치며 민주화 투쟁을 하는 학생 사이를 지나치는데 배경음악으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다. 해당 곡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던 학생들이 부른 노래다. 이에 청원자는 "해당 곡은 민주화운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승리를 역설하는 노래다. 이를 간첩과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다. 당시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이 안기부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고문 당하고 사망했고, 이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역사다. '설강화'는 기획부터 진실로 운동권에 간첩이 들어갔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줬고 해당 사안을 가볍게 다루며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켰다. 수많은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고문하고 핍박한 안기부 요원 역시 캐릭터를 부여해 미화시켰다.

'설강화'에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가 여자 주인공으로 나오고 있고,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는 만큼 다수 외국인에게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과 각종 SNS를 중심으로 "왜 '설강화'가 문제인가"에 대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일부 외국인 네티즌은 "'설강화'는 창작물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네티즌들은 "한국인의 역사를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설강화' 포스터 / 사진=JTBC


이미 여러 광고주들은 '설강화'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가구 브랜드는 방송 전인 지난 3월 협찬을 취소했고, 떡 브랜드, 도자기 업체, 기능성 차 브랜드 등도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광고와 협찬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 의류 브랜드는 "시놉시스를 사전에 고지 받지 못했다. 100% 사전 제작 드라마다 보니 제품 노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으나 최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 이미 예견된 '설강화' 역사 왜곡 논란

이번 사태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3월, SBS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중단된 드라마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조선구마사'와 함께 언급되던 게 '설강화'였다. '설강화'의 일부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이미 안기부 미화와 민주화 운동 폄훼라는 여론이 생긴 것.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하는 입장문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지난 16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도 조 감독은 "초기에 어떤 문구 몇 개가 밖으로 유출되고, 그것이 자기들끼리 조합을 이루면서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이 퍼지게 됐다. 또 이것들이 기정사실화되고 기사화되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며 "'설강화'는 1987년을 시대 배경으로 하지만 당시 군부정권과 대선 정국이라는 상황 외의 모든 인물과 설정은 가상"이라며 "수호와 영로라는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위해 시대 배경과 설정들이 맞춰졌고, 우리들만의 리얼리티와 밀도를 갖고 소신껏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또 조 감독은 책임과 사명을 갖고 '설강화'를 만들고 있기에 우려가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작자들이 어떤 작품을 임할 때 최선을 다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방송이 되기 전부터 이런 논란에 휩싸이는 게 큰 고통이고 압박"이라고 호소하며 "이런 부분들은 방송을 통해 직접 보고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으나 JTBC는 시청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은 피하고 있다. '설강화'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글은 비공개 처리됐고, 네이버 톡(TALK) 채널도 비공개로 돌렸다. JTBC 관계자는 서울경제스타에 "아직 구체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JTBC가 향후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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