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들의 ‘아빠 찬스’ 의혹으로 취임 9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초대 수석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현 정부의 민정수석이 단명하거나 퇴임 후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다시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의와 공정’을 외치며 출범했지만 정작 인사·사정권을 모두 쥔 막강한 참모부터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사례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이날 사임 인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아버지로서 부족함이 있었다. 제 아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이어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는 적어도 가족과 관련해서도 한 점의 오해나 의혹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공정을 향한 의지와 노력은 국민으로부터 온전하게 평가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수석이 물러난 것은 아들 김 모 씨가 기업 입사 서류에 ‘아버지가 민정수석’ ‘아버지가 많은 도움을 주실 것’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 등의 내용을 적은 사실이 전날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력서에 허위 학력까지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 역시 김 수석의 문제가 임기 말 국정 동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게 되자 빠른 사표 수리로 이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민정수석 문제가 국정 고비마다 충격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으로 2년 2개월을 재직했지만 퇴임 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등의 의혹에 휩싸였다.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은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청와대의 다주택 처분 권고에도 강남 2주택을 끝까지 사수하다 임명 1년여 만에 사퇴했다. 후임인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물러났다. 신현수 전 민정수석 역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뒤 겨우 두 달만 근무하고 올 2월 옷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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