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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무지개 국가





“우리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모든 국민이 어떤 두려움도 없이 당당히 걸어가는 사회, 양도할 수 없는 인간 존엄이 보장되는 무지개 국가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1994년 5월 10일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27년 동안 복역했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에서 일곱 가지 색깔이 한데 어울려 영롱한 자태를 만들어내는 ‘무지개 국가’를 제안했다. 만델라가 기회 있을 때마다 외친 무지개 국가는 그의 상징처럼 됐지만 사실 저작권은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가 갖고 있다. 투투 대주교는 1993년 백인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지도자 크리스 하니의 장례식에서 “흑인과 백인, 우리 모두 하느님의 무지개 백성”이라며 흑인이 분노해야 할 대상은 백인이 아닌 인종차별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지금 구름 위를 걷고 있다.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믿을 수 없이 황홀한 느낌으로. 우리 남아공은 세계의 무지개 국가가 될 것이다”라는 말도 했다.

투투 대주교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서 무지개 개념을 빌려왔다고 한다. 하느님이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평화의 상징으로 무지개를 보여준 것처럼 모든 국민이 화합하기를 바란 것이다. 실제로 남아공은 무지개처럼 다양한 인종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남아공에는 동아프리카에서 내려와 정착한 코이산족이 있고 서아프리카에서 이주한 반투인이 있다. 대항해시대에는 유럽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보어인(네덜란드인), 영국인도 많아졌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남아공은 어느덧 공식 언어만 11개에 달할 정도로 인종과 종족의 집합소가 됐다. 남아공의 국기는 무지개의 영향을 받아 빨강·노랑·초록·파랑·검정·흰색이 어우러져 있다. 빨간색은 흑인 해방을 위해 흘린 피, 하얀색은 백인과 평화를 각각 상징한다.



평생 국민 통합에 힘쓴 투투 대주교가 선종했다. 그는 한국 사람이었더라도 똑같이 무지개 국가를 염원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이념·세대·성·지역·계층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차기 정부는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통합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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