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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개인사까지 챙기는 총수들…단톡방 만들어 '호형호제'

■경영문화 혁신하는 대기업 총수들

②경쟁사라도 장점은 배운다-삼성, LG와 디스플레이 협력

③반기업정서 해소 솔선수범-최태원 "갑질하지 말자" 강조

④MZ 세대와 허물없이 소통-사내 채널서 질문 읽고 즉답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 간담회 시작 전. 다소 긴장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태원 SK 회장 앞으로 불쑥 다가가 마스크를 고쳐 씌워줬다. 친한 사이끼리 언제든 나올 법한 자연스러운 몸짓이지만 대한민국 경제를 짊어진 총수 간의 보기 드문 광경에 사진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렀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창업주 세대만 하더라도 경쟁의식이 강하다 보니 함께 만나도 업무적 관계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했지만 2~3세로 이어지며 총수들도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과거와 달리 폭넓게 교류하고 젊은 세대를 포함한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기업 문화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최 회장 주도로 이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참석한 만찬 회동은 총수 간 친밀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후 외부에 드러난 모임은 없지만 총수들이 여러 자리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과 주력 사업, 투자 등과 같은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과 이 부회장은 수시로 통화하며 개인사까지도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주나 이전 세대 총수들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만났다. 그러나 이 자리는 어디까지나 정책이나 세제·교역 등 경제계 이슈에 공동 대응을 하기 위함일 뿐 그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자수성가한 창업 초기 세대들은 각자 개성이 강하고 자부심도 센 터라 서로 어우러지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반면 현재 총수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서부터 만날 기회가 많았고 학교나 결혼 등으로 교집합을 넓혀온 터라 이전과 다른 관계 설정이 가능했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총수 간의 우호적인 관계는 산업·기업 간 활발한 동맹으로 연결됐다. 경쟁자라도 언제든지 실리에 맞는다면 손잡고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데도 개의치 않았다. 자존심과 명분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전자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삼성과 LG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비롯한 주요 부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손을 잡았다. 이르면 내년 초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을 조 단위 규모로 구매해 TV 신제품 생산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계열사인 LG이노텍도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기판 핵심 소재인 칩온필름(CoF) 등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일부 차량용 반도체를 시작으로 점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대차와 삼성·SK·LG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공조 중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예전에는 주로 국내시장을 두고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기 때문에 협업이 모두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청년 고용에 나서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CSR) 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총수들의 의지와 연관이 깊다. 과거 뿌리 깊은 정경 유착과 갑질 등이 불러온 불신과 반기업 정서를 완화하는 데도 총수들은 뜻을 같이하고 있다. 전날 청와대 간담회 역시 청년 고용이 계기였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하는 최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반기업 정서와 관련해 “기업의 반성에서부터 시작해 일탈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업이 직접 소통하며 (진심을) 보여줄 때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활발하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하며 기업과 기업인의 이미지가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수들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기업 문화에 고스란히 반영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행보도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새로운 수장이 된 경계현 사장은 이달 취임 이후 매주 화요일 오후 한 시간씩 ‘위톡’이라는 사내 임직원 대상 생방송을 진행하며 임직원들의 질문을 일일이 읽고 답한다. 최윤호 삼성SDI CEO와 장덕현 삼성전기 CEO 등 삼성 전자 계열사 수장들도 소통 시간을 따로 마련할 만큼 임직원과의 대화에 적극적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CEO도 ‘엔톡’이라는 사내 채널을 개설하고 임직원과 소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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