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 기업이 탄소 중립 활동을 훨씬 더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현재의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뛰어넘어 민간까지 포괄하는 범정부 통합 조정 기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28일 서울경제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후위기 대처를 환경부가 주도하는 모양새가 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국토교통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모든 부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2022학년도 1학기부터 ESG행복경제연구소와 함께 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ESG 전문가 과정’을 열기로 했다. ESG행복경제연구소는 올해 초 시가총액 50대 기업 ESG 평가에 이어 지난 7월과 10월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손잡고 17개 광역자치단체,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ESG 평가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역대 정권이 기후변화 대처에 실기한 측면이 있다”며 “대선 과정에서 기후에너지부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민간까지 엮는 범정부 통합 조정 기구가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조 원장은 2050 탄소중립위가 대통령 자문 기구로 예산 수립과 집행권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탄소중립위가 오는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 달성을 제시했으나 산업 재편과 재생에너지 전환 문제가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수출입은행 ESG위원이기도 한 조 원장은 “기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나 현재 탄소 배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정부가 친환경 기업만 지원할 게 아니라 고탄소 배출 산업의 탄소 저감 전환에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 유수 기업들은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을 선언하며 그렇지 않은 기업과 거래를 점차 줄여 나가는 추세”라며 “우리도 SK 등 7곳에서 RE100을 선언했지만 앞으로 유럽과 미국 주도로 ‘환경 장벽’이 강화되면 탄소 저감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수소환원제철과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 확보에 주력해 산업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원 중에서도 산림 훼손 논란을 낳은 태양광이나 온실가스 배출원 중 하나인 천연가스 등에 대해서도 재평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원장은 “ESG 경영은 실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공유 가치 창출(CSV)에서 이어지는 개념이기는 하나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가 됐다”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회장이 많이 관심을 보였던 것처럼 도시 곳곳에 숲과 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위한 비전이라고 했다.
조 원장은 ESG 전문가 과정과 관련해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 도시계획학, 모빌리티, 사회혁신, 경제학, 정책학 등 환경대학원 교수진 25명이 나서 ESG 핵심 의제를 깊게 다룰 것”이라며 “기후위기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는 미래 학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보통 대학들이 경영대에서 ESG 과정을 개설하는 것과 달리 환경대학원에서 ESG 기초연구와 함께 산업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융·복합 연구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