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가 배당락일(29일)을 하루 앞두고 3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매도 폭탄을 쏟아냈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매수세에 나서면서 증시를 상승세로 이끌어 연말연시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증시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오미크론 위기 완화와 견고한 미국의 소비 심리가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수출 중심의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 같은 전망 속에 외국인과 기관은 내년 메모리 업황 개선이 뚜렷한 국내 반도체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2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0.69포인트(0.69%) 오른 3,020.24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6.08포인트(1.59%) 오른 1,027.44에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양대 시장에서 각각 7,612억 원, 2조 3,465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대주주 양도세 회피를 위한 마지막 거래일이라는 점에서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처음으로 하루에만 3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개인은 이날 코스피 1조 9,760억 원, 코스닥 1조 1,298억 원 등 총 3조 1,058억 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지난 2월 25일(2조 1,282억 원)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로써 이번 달 개인의 매도액은 11조 6,52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은 최근 6거래일 연속 국내 증시를 사들이며 각각 2조 1,481억 원, 6조 2,907억 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코스피에서 대주주 양도세 회피 등의 이슈로 같은 기간 8조 4,538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국내 자금 유입은 미국의 견고한 소비 심리와 함께 반도체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가 연말 쇼핑 시즌 개선 기대에 힘입어 상승한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며 “오미크론 확산에도 미국의 견고한 소비 행태는 한국의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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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이 짧은 메모리 겨울을 끝내고 내년부터 가격 반등이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도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외국인과 기관은 국내 증시에서 시총 상위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최근 6거래일간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005930)를 각각 7,128억 원, 1조 3,694억 원어치 대거 사들였다. SK하이닉스(000660)에도 2,331억 원, 3,797억 원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반도체에 이어 낙폭 과대 대형주도 선호 종목으로 관심을 받았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내에는 SK텔레콤(792억 원), LG(003550)디스플레이(656억 원), 카카오(543억 원) 등도 포함됐는데 이들 기업은 주가가 고점에서 충분히 조정을 받아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미크론 수혜주로 분류된 셀트리온(068270)(890억 원) 등 바이오주에도 매수가 몰렸다. 기관 역시 그간 시장에서 소외받았던 삼성전기(009150)(2,553억 원), LG전자(066570)(1,917억 원), 현대모비스(012330)(1,611억 원), 하이브(1,447억 원), 현대차(005380)(1,406억 원) 등 내년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낙폭이 큰 대형주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배당락일 주가 회복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것도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국내 증시는 최근 3년간 배당락일 장 초반 하락한 뒤 종가는 상승 마감했다. 지난해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배당락일 각각 0.42%, 3.28% 오르며 거래를 마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배당락일에는 코스피보다 코스닥 상승률이 강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코스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당락일 중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고 평균 상승률도 1.83%에 달해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연초 거래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주가가 오르는 1월 효과도 지수 추가 상승을 점치는 요인이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1월 효과는 과거보다 통계적으로 퇴색된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간과할 수 없다”며 “2010년 이후 1월 코스피 등락률은 0.9%였고, 코스닥은 2.1%로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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