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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70대 청년'이 걷고 기록한 히말라야의 비경

■히말라야에 美치다

김성태 지음, 닷북 펴냄





남보다 한걸음 앞서 가기 위해, 하나라도 더 가지려, 경쟁의 속도에 파묻혀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었다. 30여 년 동안 일간지 기자로 경제 분야 현장을 누볐던 저자가 인간사의 부질없음과 세상살이의 덧없음에 속병을 앓을 때마다 마음으로 그린 꿈이 있었으니, 바로 히말라야 트레킹이다. 세상의 꼭대기에 발을 디딘, 세계에서 가장 험한 천애의 깊은 골짜기에 기어든 나의 참모습은 어떠할까. 막연하기만 했던 그 꿈은 은퇴 후 현실이 됐다. ‘70세 청년’으로 전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저자는 파키스탄 K2, 낭가파르밧, 히말라야의 숨은 오지 돌포, 에베레스트, 고쿄리, 촐라체까지 일반 여행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히말라야의 곳곳을 걸었고, 그 가슴 벅찬 순간들의 꼼꼼한 기록을 신간 ‘히말라야에 美(미)치다’에 담아냈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고행의 과정이다. 단순히 보고 즐기며 걷는 것이 아닌, 자신과 싸우고 타협하고 극기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저자의 말대로 “히말라야에서는 대통령이나 재벌총수도 용빼는 재주가 없다. 사회적 지위나 특권, 부, 편법, 술수, 어떤 인연이나 관계도 히말라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빨리 가기 위해 뛰거나 조급하게 서두르는 일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다. 오직 목표를 향해 나만 바라보고, 나를 믿고 의지하며 걸어야 하는 트래킹은 스포츠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과 지혜를 터득하는 삶의 현장이다.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걷다 보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다. 기나긴 밤에는 잠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만용 비슷한 과시욕 때문에 여기에 와 있는가’ 하는 생각도 잠시, 저자는 ‘나는 역경에 처할 때 가슴이 뛰논다’는 니체의 말을 떠올리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도전 정신, 그리고 모험심을 북돋운다.



오랜 기자 생활로 다진 문장력이 히말라야의 곳곳과 그 길목에서 피워 낸 생각들을 생생하게 펼쳐낸다. 여기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운 생동감 넘치는 사진이 히말라야의 자연과 지리 환경, 역사, 문화, 전통, 사회, 그리고 트래킹의 과정을 오롯이 담아냈다. 웅장한 히말라야의 비경을 담은 저자의 사진은 1월4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출판기념 사진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히말라야 돌포의 이름 모를 벼랑길을 걷는 나는 어느덧 우주가 되고 한 점 먼지 같은 미물이 되기도 한다. 헛된 욕망과 가식, 위선 속에 나 아닌 타인의 삶을 살아왔던 어제의 내가 화인처럼 각인되며 내 정신을 담금질한다. 아무것도 아닌데, 헛되고 부질없는 것인데…”(206쪽) 힘들어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올지라도 이내 다시 걷고 또 오르는 이유는 여기 있지 않을까.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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