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신년 해맞이 행사를 통제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 새해 타종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해맞이 명소를 통제하자 관광지 호텔 등으로 인파가 몰리는 풍선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새해를 같이 맞으려는 가족들의 ‘방 쪼개기’ 모임이 이어지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새해 해맞이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특히 매년 많은 인파가 몰리는 강원도 지자체들은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일부 주요 해변과 해맞이 명소 출입까지 통제한다. 서울시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처럼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방역 강화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관광지로 몰리고 있다.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발 강릉행 KTX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정동진과 동해로 향하는 KTX 기차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새해 해맞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통제되지 않는 해맞이 명소가 공유되고 있다. 호텔도 마찬가지다. 관광지뿐 아니라 도심 호텔들도 가격이 전주 금요일보다 올랐는데도 예약이 가득 찼다.
문제는 관광객들이 머무는 호텔·숙소가 ‘방 쪼개기’ 등 편법에 무방비라는 점이다. 최근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이 4명으로 제한되고 식당·카페에서 미접종자를 제한하는 방역패스가 시행 중이지만 호텔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호텔은 예약할 때 4명이 넘는 인원이 방 2개 이상을 예약한 뒤 한곳에서 모임을 가지는 것을 일일이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연말 송년회를 호텔이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대규모로 즐기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직장인 이 모(26) 씨는 “지인 6명과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는데 밖에서는 모일 수가 없어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해 송년회를 했다”며 “입실이나 퇴실할 때 인원 제한, 방역 수칙 확인을 하는 직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방역 수칙을 어기면서 신년 맞이 대규모 가족 모임을 강행하려는 사례도 있다. 30대 임산부 A 씨는 “시댁이 매번 수백 명 모이는 교회를 가는데 임산부인 것을 알면서도 신정에 다같이 모이자고 한다”고 말했다. 40대 B 씨도 “코로나19가 심해지고 방역 수칙이 강화되면서 예정된 가족 모임이 취소되는 줄 알았는데 시댁에서 10명이 모여 식사를 같이하는 것뿐 아니라 스튜디오로 사진 촬영을 하러 가자고 한다”고 말했다.
방역 허점이 곳곳에서 나타나자 일부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애먼 곳만 제한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파티룸 등 공간대여업 업주들은 호텔이나 에어비앤비 등의 숙소에는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고 자영업자 업장에만 적용한다고 반발했다. 연말에 파티룸과 호텔은 성격이 유사한데 차별적으로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안전하게 예약제로 관리되는 단독 공간을 규제하면 다른 다중이용시설로 사람들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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