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인수합병(M&A) 규모가 5조 8,000억 달러(약 6,900조 원)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지 40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넘친 유동성이 기업 M&A 시장에 연료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 정보 제공 업체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올해 5억 8,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글로벌 M&A 딜이 성사됐다”며 “이는 전년 대비 64% 증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대규모 M&A는 주식시장 호황과 정부의 광범위한 경기 부양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골드만삭스의 유럽 지역 M&A 책임자인 앙드레 켈렌스는 “전 세계적으로 돈이 넘쳐 나고 시장으로 들어간 돈만큼 M&A에도 자금이 유입됐다”고 짚었다. 올해 가장 큰 딜로 꼽힌 것은 워너미디어그룹의 디스커버리 인수다. 워너미디어는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면서 1,320억 달러 규모로 기업가치를 불렸다. 또 캐나다 태평양철도가 경쟁사였던 캔자스시티서던을 310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화제가 됐다. 씨티그룹의 유럽·아프리카 M&A 부문 총괄인 앨리슨 하딩존스는 “기업들이 낮은 금리와 상대적으로 높아진 주가를 이용해 성장을 위한 새로운 포지셔닝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M&A 붐이 유독 거셌던 데는 사모펀드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합병이 비일비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모펀드가 진행한 스팩을 통한 합병은 334건을 기록했다. 그 가치는 5,970억 달러(약 709조 원)로 전체 M&A 규모의 10%에 달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내일 당장 애플을 인수할 수는 없겠지만 애플을 제외한 거의 모든 회사를 인수할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M&A 붐에 힘입어 투자은행(IB)들도 M&A 자문료 470억 달러를 포함해 총 1,570억 달러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 20년 만에 최대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