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관의 피’ 개봉을 시작으로 그간 코로나19 재확산에 바짝 엎드렸던 한국 영화들이 줄줄이 기지개를 펴고 극장으로 향한다. 영화계는 새해 첫 달 개봉하는 작품들의 흥행 여부에 촉각을 바짝 세우고 있다. 지난해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팬데믹 공포와 상영시간 제한, 외화 공세라는 삼중 악재 속에 30%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1월 개봉작들이 선전한다면 대기 중인 다른 작품들의 개봉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새해 극장가 포문을 여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는 경찰 3대 이야기를 다룬 범죄 드라마다. 일본 작가 사사키 조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지만 각색을 거쳐 한국 상황에 맞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투톱 주연은 조진웅과 최우식이 맡았다. 조진웅은 상류층 특수 범죄에 특출난 실력을 가진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을, 최우식은 강윤의 의심스러운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비밀리에 배치 된 신입 경찰 민재를 연기한다. 이 외에도 박휘순, 권율, 박명훈 등이 사건 전개의 핵심이 되는 캐릭터로 등장해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경관의 피’ 제작·배급팀은 개봉에 앞서 작품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새해 첫 작품이라는 점에 부담감을 내비쳤다. 이규만 감독은 최근 시사회에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때를 상상하면서 작업을 했다. 극장에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고, 박휘순은 “큰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봐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경관의 피’의 개봉 바통은 ‘특송’이 이어 받는다. 박대민 감독이 ‘봉이 김선달(2016)’ 이후 5년 반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12일 극장가에서 첫선을 보인다.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가 갑작스럽게 배송 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보여준다. 영화의 핵심 요소는 카레이싱 액션이 주는 스릴감과 짜릿한 쾌감이다.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도심의 좁은 골목길을 빠르게 질주하며, 맨몸 액션까지 선보이는 박소담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달 말에는 설 연휴를 노리고 ‘킹메이커’와 ‘해적 : 도깨비 깃발’이 동시 개봉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으로 이름을 알린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는 지난 달 말 개봉을 준비했다가 정부의 방역 지침 강화에 할 수 없이 한 달 개봉 연기를 결정했던 작품이다. ‘한국 정치의 거목’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판의 여우’로 불렸던 정치 전략가 엄창록의 관계에 영화적 상상력을 입혀 전국구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라는 인물로 재가공해냈다. 이들을 중심으로 질곡의 한국 현대 정치사를 스크린에 장대하게 펼쳐 보인다.
‘해적 : 도깨비 깃발’의 흥행 여부는 한국 오락 블록버스터의 부활과 직결된다. 해적 시리즈의 첫 작품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은 2014년 개봉 당시 866만 관객을 모으며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보물을 쟁취하기 위해 모인 해적들의 예측불허 모험과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 다양성으로 승부수를 거는데, 제작사 측은 세월이 흐른 만큼 전작보다 더욱 스펙터클한 스토리 전개를 자신한다.
한편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인다면 올해 극장가에서는 다양한 한국 영화 대작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1월 개봉작 외에도 지난해 끝내 선보이지 못한 작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1월 개봉을 예정했다가 오미크론 기세에 한발 물러난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 역대 박스오피스 1위 ‘명량’의 속편인 ‘한산 :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 현빈·임윤아·유해진이 그대로 재출연하는 ’공조‘의 속편 ‘공조2(감독 이석훈)’, 지난해 ‘모가디슈’로 한국 영화 체면을 세웠던 류승완 감독의 ‘밀수’ 등이 극장으로 관객을 다시 불러 들이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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