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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뱅킹은 무슨…" 알뜰폰·배달앱 신사업도 2년마다 허가받아야

[리빌딩 파이낸스 2022]

<중> 혁신의 길 막힌 K금융

시중銀, 지급대행 등 부수업무 제한

계열사간 영업목적 정보공유도 못해

빅테크는 규제 '무풍지대' 속 급성장

카카오페이 시총, 은행 3곳과 맞먹어

"전통 금융권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을"





“부서에서 내년 사업 계획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업무는 규제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사업 계획을 짤 때마다 다른 은행이 시도하지 않은 새 사업인지보다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더 신경 쓰다 보니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소극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은행 등 전통 금융권이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새로운 금융 서비스 제공을 망설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반면 플랫폼을 갖춘 빅테크들은 규제와 간섭의 ‘무풍 지대’에서 빠르게 금융업 진출에 성공했다.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가 공정한 경쟁을 하려면 빅테크에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하고 전통 금융권에는 필요하다면 일부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 업계 전문가들은 허용된 것 외에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금지된 사항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세 매서워진 빅테크, 발목 잡힌 금융사=5일 금융권에 따르면 빅테크의 온라인 플랫폼은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경제·금융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9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나 급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의 연간 결제거래액(송금·결제)은 22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지난 2015년 간편송금 서비스(토스앱)를 선보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8월 기준 누적 송금액 170조 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만 보더라도 기존 금융지주와 빅테크 간 격차는 뚜렷하다. 이날 오전 11시 35분 기준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은 21조 1,013억 원으로 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와 관련해 전통 금융권에서는 “각종 금융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신사업을 확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쏟아낸다. 대표적인 규제가 부수 업무 제한이다. 현재 은행법상 부수 업무는 채무보증·지급대행·어음인수·보호예수 등이다. 빅테크처럼 금융업 외의 부수 업무가 허용되지 않다 보니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

이에 따라 최근 은행들이 빅테크와의 차별성을 높이기 위해 뛰어든 ‘생활금융 플랫폼’ 시장에서도 애로를 겪고 있다. 그나마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인 ‘리브모바일(리브M)’, 신한은행이 음식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땡겨요’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금융위원회가 이 서비스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에 불과한 서비스 유효 기간이 지나면 또다시 금융 당국으로부터 유효 기간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금융지주 계열사 간 영업 목적의 정보 공유가 제한된 점도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내부 통제 등 내부 경영관리 목적이라면 계열사 간 정보 공유는 가능하지만 마케팅 목적이라면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고객이 원하지 않을 때를 제외하면 지주 계열사 간 영업 목적의 고객 정보 공유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반면 빅테크는 고객이 동의하면 자회사의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때 은행 등 금융사는 대부분의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전자금융 업자는 그렇지 않다 보니 은행들이 고객별로 초개인화된 금융 서비스를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포지티브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을=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 규모에 비해 뒤처진 금융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급속한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금융권에서 업종 간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규제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해 입법 방식을 전환하거나 규제 샌드박스 등 혁신 제도 도입 등을 통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금융 당국은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지난해 11월 12일까지 185건의 사업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했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는 유예 기간이 있는 한시 조치라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혁신금융 서비스가 한시적으로 유지되다 보니 금융사와 손잡고 새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업체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디지털 금융혁신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사 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금융과 테크 기업 간 융합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면서 “은행·보험 등 업권별 규제가 아니라 금융의 기능 중심 규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 산업이 업권의 문턱을 높인 전업주의보다 ‘겸업주의’로 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연합회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단기적으로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을 통한 계열사 간 외부 겸업 고도화가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유럽식 유니버설뱅킹(은행이 예금이나 대출 외에 증권·보험업까지 겸하는 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국이 전통 금융권의 애로 사항을 반영해 해결 의지를 보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금융 플랫폼 혁신 활성화 간담회에서 “기존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금융 전환은 물론 생활형 금융 서비스 제공 노력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정보 공유, 업무 위수탁, 부수·겸영 업무, 핀테크 기업과 제휴, 슈퍼 원앱(super one-app) 전략 등 이슈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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