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모기지 상품인 적격대출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최장 40년동안 3.4%의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점이 최근 대출 수요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이 재개된 후 불과 1~2일 만에 한도가 소진되며 ‘오픈 런(매장이 오픈하면 달려가 바로 구매한다는 뜻)’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적격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한 은행의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적격대출 1월 한도 330억원을 올해 첫 영업일인 3일 모두 소진했다. NH농협은행은 1분기 한도가 4일 오전에 모두 동이 났다. 이들 두 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미리 신청을 받았고 집단대출 등 뭉칫돈이 포함되면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5일부터 판매를 재개한 하나은행 역시 오후 3시 현재 12%의 소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적격대출이란 주택금융공사가 만든 정책금융상품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이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2년 이내 처분 조건)가 주택가격 9억원 이하일 경우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다른 정책모기지 상품으로 디딤돌 대출이나 보금자리론이 있는데, 적격대출은 대상 주택 가격 기준이 높아 대출 희망자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아울러 청년, 신혼부부 등은 만기 40년으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월별 상환 부담도 낮다.
사실 그동안 적격대출은 판매가 시원치 않았다. 대상 주택 가격이 9억원이지만 서울 주택의 경우 대부분 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 수도권 외곽 등으로 수요가 한정됐다. 실제 지난해 주금공이 8조원의 목표를 설정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된 실제 판매 실적은 4조 1,0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적격대출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적격대출의 1월 기준 금리는 연 3.4%이며 고정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3% 중후반에서 4% 초반에 형성돼 있다. 올해 공급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도 한도 소진의 이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