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2달 연속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그에 따른 방역조치 강화가 기업과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데다 공급망 차질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원자재 가격 및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센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9일 발간한 1월 KDI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었으나 최근 방역조치가 다시 강화되고 대외 수요의 개선세는 약화됐다”며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생산·소비가 회복 흐름을 보였으나 지난해 12월부터 방역조치가 다시금 강화되면서 내수 여건이 제약됐다는 분석이다. 대외적으로도 공급망 교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이 경기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조업심리지수(업황BSI 전망)도 지난해 11월부터 80대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비제조업 기업심리지수는 이번 달 80까지 하락했다. 소비심리 또한 방역조치 강화로 쭈그러드는 모양새다. 신용카드 매출액 또한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0.5% 줄어들며 하락 전환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 유보와 특별방역대책 시행이 하방 요인을 확대시켰다는 분석이다.
수출 또한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수출 금액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높은 가격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물량 기준으로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무역수지 또한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5조 9,000억 달러 적자를 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11월 교역조건은 수입가격 급등 등 요인에 따라 전월(-6.4%)에 이어 -10.1%를 기록하며 악화를 이어갔는데 조건 악화가 적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KDI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55만 3,000명 증가 하는 등 노동시장은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12월 방역조치 강화로 인해 대면서비스업 회복세가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와중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소비자 물가는 기존 상품 물가 상승세에 더해 서비스물가까지 상승 폭을 확대하며 지난달 기준 3.7% 상승했다. 지난 11월(3.8%)에 이어 급등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세계 경제 상황 또한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공급망 차질에 미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까지 겹치는 등 다수의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실제로 생산·물류 차질과 원자재 수급불안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대다수 핵심지표들의 개선 추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특히 제조업심리지수 하락과 물가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국제금융시장의 경우 신규 변이 바이러스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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