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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지출 눈덩이인데 "허리띠 졸라라"…자기 모순 빠진 文정부

[차기정권엔 '긴축' 족쇄]

◆재량지출 5년간 10% 축소 명시

2030년 국가채무 2,200兆 전망에

당국 "재정 효율화 추진 목적" 해명

아동수당 등 불어나는 현금 복지

재량지출 축소로 출혈막기엔 한계

반쪽 대응 지적 속…부처도 소극적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향후 재정지출 증가율을 오는 2023년 5.0%에서 2024년 4.5%, 2025년 4.2%로 낮추는 계획을 제시했다. 연평균 지출 증가율 8.5%를 기록했던 현 정부의 씀씀이보다 지출 규모를 크게 줄였다. 재정지출을 ‘역대급’으로 늘려놓고 다음 정부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한 것이다. ‘차기 정부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지금과 같은 재정 팽창 기조가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더 컸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재정운용계획(2022~2026년)을 마련 중인 재정 당국이 재량지출을 대폭 구조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일이다. 이행 방안을 정밀히 다듬어 전년도 계획에 무게를 더하려는 시도다. 물론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매년 세수 실적을 보면서 목표치를 변경하는 일종의 ‘롤링플랜’이라 ‘재정준칙’과 같은 강제성을 띠지는 않는다. 다만 차기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예산안을 짜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마련해두겠다는 것이다. 예산 업무를 담당하는 한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계획을 세워두면 (차기 정부가) 조금이나마 눈치를 보지 않겠나”라면서 “씀씀이를 줄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고 운용계획대로 지켜질지도 모르지만 지금처럼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히 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의도대로 재량지출이 통제되더라도 향후 불어나는 재정적자 자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2030년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2026년 이후 재량지출을 2025년 수준으로 동결하더라도 2030년 국가채무는 2,198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5년 61.0%에서 2030년 72.3%까지 늘어난다.



재량지출 통제에도 나랏빚이 2,000조 원을 넘어서는 것은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국민취업지원제도 등 한번 만들면 줄이기 힘든 의무지출이 계속 증가하는 탓이다. 재량지출은 정부의 총지출에서 의무지출을 뺀 부분이다. 일례로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30만 원을 주는 기초연금 예산은 2017년 8조 원에서 올해 16조 원을 넘어선다. 의무지출은 정책 의지에 따라 통제 가능한 재량지출과 달리 정부가 지출 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이다. 의무지출과 재량지출이 총지출의 절반씩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재량지출을 통제해 국가채무를 줄이겠다는 정부 계획은 잘해봐야 반쪽짜리 대응인 셈이다.

정부의 재량지출 구조 조정 계획이 단지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안 편성 지침을 통해 매년 재량지출 10%를 구조 조정하겠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실제로 지켜지는 일은 드물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9% 안팎의 확장적 재정 운영과 9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당국의 신뢰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일선 부처가 구조 조정 지침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점도 문제다. 예산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부처 사이는 물론 같은 부처 내에서도 쥐고 있는 예산을 놓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 구조 조정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면서 “같은 부처 내 ‘A과’의 저성과 사업예산을 ‘B과’의 신성장 사업예산으로 돌리려 해도 자기 부서 몫의 예산이 사라지는 것에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를 중심으로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명목으로 추경을 요구한 일이 대표적이다. 1인당 50만 원가량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 후보는 25조~30조 원의 추경 규모까지 거론하며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추가 세수가 없는 상황에서 추경을 단행할 경우 대부분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여야가 합의해 국채 발행을 포함한 대규모 지원을 요청하면 정부가 거절할 이유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구체적으로 결정하면 될 텐데 이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추가 지원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정부가 최소한의 견제 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모습이다. 정작 빚을 내겠다면서도 어떻게 빚을 갚을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국처럼 인구가 계속 줄고 경제성장률이 점차 떨어지는 나라는 한번 국가부채 비율이 올라가면 낮출 방도가 없다”며 “무리하게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위기 대응에 나서면 향후 국가 위기 대응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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