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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함반토타




2017년 7월 스리랑카 정부는 두 번째 항구인 함반토타의 항만 운영권을 중국 국영 기업 자오상쥐에 양도했다. 항만 건설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99년간의 운영권과 지분까지 넘겼다. 외세에 의존한 채 나랏빚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 미항(美港)마저 빼앗기게 된 셈이다. 스리랑카 남부에 위치한 함반토타 항구는 14세기부터 아랍인들이 주로 찾는 인도양의 주요 뱃길로 ‘이슬람의 항구’로 불린다. 풍광이 아름다운 이 항구는 ‘정치인의 욕망’ 때문에 망가지기 시작했다. 마힌다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은 2009년 타밀 반군과의 내전에서 승리한 후 고향인 함반토타 개발에 들어갔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었지만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밀어붙였다. 라자팍사는 항만 건설 자금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해양 실크로드를 개척하기 위해 부심하던 중국은 자국 건설사 선정 조건으로 3억 달러 이상을 빌려줬다.

경제성을 무시한 개발은 곧바로 문제를 일으켰다. 대부분의 민간 컨테이너선이 스리랑카의 첫째 항구인 콜롬보항을 찾았으나 2012년 한 해 함반토타를 찾은 배는 34척에 불과했다. 스리랑카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7억 5,000만 달러를 추가로 빌렸다. 하지만 빚은 폭증했고 스리랑카 정부는 결국 함반토타 운영권 70%를 장기간 중국에 안겨주는 굴욕적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스리랑카에는 뼈아픈 일이었지만 중국은 경제·외교·군사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게 됐다. 함반토타는 콜롬보와 달리 보안 문제가 잘 해결되는 곳이어서 중국 해군의 전초기지로 안성맞춤이었다.



마힌다 전 대통령의 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9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함반토타 개발 등으로 발생한 빚을 갚지 못하겠다면서 채무 재조정을 요구했다. 외환보유액은 16억 달러에 불과한데 중국에 대한 채무는 국영 기업 대출을 빼고도 33억 달러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나랏빚을 방치하면 경제 위기뿐 아니라 종속과 주권 훼손을 초래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외환위기를 겪고도 국가 부채 급증에 무감각해진 현 정부와 대선 후보들은 스리랑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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