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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15> 체제 과시 위해 ‘제로 코로나’ 봉쇄 집착…오리무중 출구전략에 경제 시들어

시안·위저우·안양 등 전면 봉쇄 3곳 포함 5,000만 인구 격리

베이징 올림픽 20여일 앞두고 방역 통제 강화에 피해 확대

11일 야간에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선전에서는 이날 4명의 확진자가 새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중국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방역 당국이 야간에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서 호흡기질환 최고권위자라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해 10월 한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경 통제를 완화하는 기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80~85%”라며 “중국은 (2021년) 연말까지 80%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0일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누적 접종 횟수는 29억563만8,000 회분으로, 30억 회분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전체 14억 인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중국 공식집계로 가장 최근 통계치인 지난해 12월 25일 2차 접종률이 85.2%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일 현재 중국의 사회의 방역 통제는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강화돼 있다. 그러는 사이 중 원사는 설명을 바꾸었다. 지난 6일 한 행사에서 “이론적으로 일정 수준의 집단면역력을 구축했다”며 “더 많은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난산 원사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처의 상징같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20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수여한 ‘공화국 훈장'을 받기도 했다.

11일 중국 산시성 시안의 한 쇼핑몰을 방역 요원들이 소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기조 아래 백신을 무기로 확진자 대거 발생을 무릅쓰고 국경을 개방하고 이동의 자유를 되찾고있다. 하지만 중국의 상황은 중국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 발생이 보고된 2019년 12월 30일 이후 상황과 마찬가지로 통제강도는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 이른바 ‘제로 코로나(중국어로 淸零)’ 정책 아래서다. 2020년 2주였던 해외 입국자의 지정시설 격리 기간이 현재는 3~4주다.

11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이유로 ‘봉쇄’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 내 도시는 10여 개, 격리된 주민은 한국 인구와 맞먹는 5,000만 명 가량이다. 이중에서 1,300만 인구의 산시성 성도 시안(서안)이 지난달 22일부터, 인구 110만의 허난성 위저우가 지난 4일부터 각각 전면 봉쇄된 상태고 이어 11일에는 인구 550만의 허난성 안양시가 새로 전면 봉쇄에 돌입했다. 전면 봉쇄에서 시민들이 도시에서 나오거나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물론 각자 자신의 집에서 꼼짝할 수 없다.

베이징의 관문으로 1,400만 대도시인 톈진(천진)직할시도 베이징과의 교통로를 차단하는 등 지난 9일부터 사실상 봉쇄에 들어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9일자에서 “베이징이 매우 엄중한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허난성 정저우·쉬창·뤄양, 산시성 셴양 등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봉쇄로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다. 11일 현재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은 톈진과 안양 등에서 발견됐다.

수도 베이징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갈 때 의무적으로 핵산검사를 받고 음성확인서를 챙겨야 한다. 더욱이 타지역 체류시 해당 지역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할 경우 베이징에 복귀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베이징도 고립된 것이다. 덩달아 각 지방정부도 자기 지역으로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6월 시진핑 주석이 화상으로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시진핑은 2020년 코로나19 발병이후 2년째 해외순방을 안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코로나 발생 이후 2년이 지난 상태에서도 상황이 악화일로다. 중국 정부가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서 일찌감치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선언한 것이 무색해졌다. 덩달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역 옥죄기는 최고조를 치닫고 있다. 코로나 확산을 두려워한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앞서 전국적 성화 봉송도 취소했다. 성화봉송은 작년 도쿄 하계올림픽때 일본도 진행했던 프로그램이다.

침체된 사회 분위기는 경제에 치명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가장 빨리 회복되던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부터 주춤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따른 소비시장 침체에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다. 시진핑은 만 2년 동안 한번도 외국 순방을 떠나지 않았고 외국 인사를 만나지도 않았다. 전화 통화에만 의존하는 ‘집콕 외교’가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갉아먹고 있기도 하다. 지금 무엇이 문제일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중국이 델타 변이는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같은 결과가 오미크론에서도 나올 지는 의문”이라며 “모건스탠리는 오미크론이 중국의 통제 조치의 경제적 비용이 그 이익을 넘어서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발생 직후 폐쇄된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물도매시장 모습.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추정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19년 12월 31일 중국 방역 당국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불명 폐렴’으로 수십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공개했다. 코로나19가 처음 세상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다만 이는 우한에서 실제 환자가 발생한 후 수주일이 지난 뒤였다. 의사 리원량이 우한에서 사스 같은 질병이 퍼지고 있다고 경고했는데 당시 중국 당국은 현지 의사들의 입막음에만 급급했다.(환자를 치료하던 리원량은 2020년 2월 7일 코로나로 숨졌다.) 그러는 동안에 코로나19는 우한을 넘어 전 중국으로 퍼지고 있었다.

다급해진 중국은 그해 1월 23일 우한의 전면 봉쇄를 단행했다. 질병으로 인구 1,100만 이상 거대도시가 봉쇄된 초유의 상황이었다. (중난산 원사는 앞서 1월 20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에 나와서 “코로나19는 사람 간의 전염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중 원사는 이어 2월 27일에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하며 발원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중국 방역 당국의 코로나19 발생 인정과 우한 봉쇄가 늦어진 것은 당시 중국의 정치 사정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나왔다. 1월 초중순 우한에서 지방양회가 개최 중이었는데 분위기를 깨기 싫었다는 것이다.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중국의 1년 중 최대 정치행사다. 하지만 우한 코로나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결국 뒷북 봉쇄에 나선 것이다. 1월 23일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코로나19에 대해 “단호하게 억제하라”는 첫 지시를 내린 날이어서 결국 중 원사가 정부와 사전 합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어쨌든 대처는 늦었다. 당시 춘제(중국의 설날) 인구 대이동에 따라 바이러스를 가진 우한 시민들이 전국으로 이동했고 한국 등 세계로 퍼졌다.

의사 리원량의 사망 직후 그가 근무하던 우한중심병원에 사진과 꽃들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초기 대응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일단 시작한 중국 정부의 대응은 단호했다. 1월과 2월 중국의 모든 경제 활동이 사실상 일시 정지했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2월 한달 동안 필수 생활용품 가게들만 문을 열었고 모든 식당과 공공장소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해외로부터의 입국 문도 틀어막았다.

단호한 대응은 효과를 발휘했다. 4월부터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우한의 전면 봉쇄도 두달여가 지난 4월 8일 풀렸다. 이때부터 중국은 철저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진행했다. 코로나 환자가 1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해당 구역을 차단하고 심지어는 도시 전체도 봉쇄했다.

1여년을 노력한 결과 중국 내에서는 코로나 발생이 최저한도로 줄어들었다. 한국 등 다른 나라들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음할 때 중국은 상대적인 안정세를 유지했다.

일단 이는 경제에도 도움이 됐다. 중국내에서 경기가 재빠르게 회복했고 또한 공장이 돌아가면서 팬데믹으로 멈춰선 다른 나라들을 위해 상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지난 2020년 중국 국내총생산(GDP)는 2.2% 성장했다. 이는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한 플러스 성장이었다. 2021년은 8%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2020~2021년을 평균하면 5% 내외 성장인데 이는 잠재 성장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의 이미지는 손상됐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가 세계로 퍼지면서 세계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상황에서 또 중국만 경제 정상화된 ‘배 아픈’ 상황도 발생했다.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우한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거주민을 통해 처음 유입된 것을 포함해 우한발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인의 반중 감정이 날고 커졌다.

지난 2020년 9월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난산 원사에게 ‘공화국 훈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지 1년도 채 안된 지난 2020년 9월 8일 시진핑 주석이 참여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를 열면서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이 코로나19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성과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사회주의 제도의 우수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날 중난산 원사가 최고 영예인 ‘공화국 훈장’을 받았다. 당시는 수개월째 중국내에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자자 나오지 않은 ‘호시절’이었다.

진짜 어려운 문제는 출구전략으로 보인다. 해외 입국자를 규제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있지만 이를 언제 끝낼 것인가다. 앞서 중국 정부도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중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상황은 이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백신 접종을 통해 개방 속도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반면 중국은 “중국은 성공하고 있다”며 더욱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는 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이 현재 미국 수준의 ‘위드 코로나’ 정책을 택할 경우 하루에 63만 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 주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31일 핼러윈이었던 날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전일 1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이유로 당일 저녁 입구를 폐쇄하고 입장객 3만4,000여 명을 가둔 채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진행했다. 외신들은 “기괴한 광경”이라고 표현했지만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식 방역으로 이틀만에 디즈니랜드가 재개장했다”고 성과를 자랑했다.

시진핑(아래)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 3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11일 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국에서는 총 2,813 명의 지역사회 감염 확진자가 발생했다. 반면 이날 중국에서는 110 명의 지역사회 확진자가 나왔다. 겉으로 보면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훨씬 안정돼 있다. (다만 중국은 확진자 집계 방식이 글로벌 기준과 달라 실제 감염자는 훨씬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한정 봉쇄를 끌고 갈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날 경우 봉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이런 기대는 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행사인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올해 10월께 개최된다는 지적에 묻혀버린다. 코로나19 전쟁과의 승리가 중국 공산당의 최대 치적인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처럼 ‘자율’을 허용하기는 100% 불가능하다. 특히 올해 당대회에서는 시진핑의 3연임 계획이 추진 중이다. 덩샤오핑 주도로 지난 1992년부터 시작한 10년 주기의 집단지도체제가 종말을 고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당대회가 끝나는 올해 말이 지나면 봉쇄가 해소될 수 있을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 번도 해외 순방에 나간 적이 없다.(한국 방문 계획도 무기한 연기 중이다). 특히 지난달 베이징을 찾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외에는 해외서 방문한 인사들조차 만난 적이 없다. 1953년생으로 70세 고위험군인 시진핑으로서는 코로나 감염을 우려할 만하다. 그가 어떤 백신이라도 접종했는지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베이징의 올림픽 경기장 앞에서 방역 요원들이 코로나19 상황 대처 훈련을 진행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직된 방역 정책이 중국 경제마저 갉아먹는 중이다. 지난해 8% 성장 기대를 ‘농담’으로 만들 정도로 올해는 4% 성장도 쉽지 않다는 국제 연구기관들의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11일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8%에서 4.3%로 내려 잡았다.

중국인들의 봉쇄 피로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로 11일 현재 중국 증시는 올들어 6거래일 동안 5거래일이 하락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누적으로 1.99% 떨어졌다.코로나19 팬데믹 3년째를 맞은 중국은 ‘출구전략’ 없는 딜레마에 갇힌 상황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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