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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채널 가동 전무” 현대重에 ‘빅2 체제’ 등 떠밀고 손 놓은 정부 [서종갑의 헤비뉴스]

결합 무산으로 한국 조선업 경쟁력

높일 빅2 체제 구축 끝내 못 이뤄

한화·포스코·효성그룹 물망 오르지만

사업구조 재편으로 인수 가능성 낮아

잠수함·함정 등 방산부문 분리한 뒤

해외에 매각할 수도 기술 유출은 우려

한국조선해양의 LNG 운반선이 시운전하고 있다./사진 제공=한국조선해양




“기업결합하라고 등 떠밀 땐 언제고 외교 채널 가동은 고사하고 기업 일은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습니다.”

한국 조선업 경쟁력을 강화할 ‘신의 한수’로 꼽혔던 현대중공업(329180)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기업결합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후 나온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의 푸념이다.

그는 정부가 낸 자료를 보고 가슴을 쳤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 발표가 있던 지난 13일, 정부는 ‘EU의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기업결합심사 결과 및 평가’ 자료를 내고 “EU의 불승인 결정이 우리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으로야 문제가 없는 게 맞는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조선업계의 저가 수주, 과당 경쟁 우려는 재현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양사 기업결합을 추진했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 무산되더라도 국내 조선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고 한다. 2016년 당시 조선업계는 수주 절벽에 직면했고 과당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건비라도 건지자는 심정으로 당시 조선소들은 적자 수주도 불사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날이 갈수록 커졌고,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매각 속도를 높여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기회가 됐다. 물동량이 급증했고 해운운임이 상승하며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쥔 해운선사들이 발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극적으로 살아날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이러면서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기업결합 필요성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된 점도 정부가 상황을 낙관적으로 점치는 이유다. 글로벌 조선사의 건조 능력은 2010~2012년도 6,600만 CGT에서 작년 4,000만 CGT로 슈퍼사이클 당시보다 38% 가량 감소했다. 과당 경쟁 우려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대 지적도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 상당수가 문을 닫았지만 조선 경기가 되살아날 경우 언제든 가동이 가능하다”며 “건조 능력은 유동적인 수치다”고 반박했다.



다만 친환경 규제가 강화하며 우리 조선사들이 강점을 가진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수주 기회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는 중국 조선사들이 쉽사리 따라잡을 수 없는 차별화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의 고부가가치선 선박 수주 점유율은 2016년 16%에서 작년 37%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종합하면 한국 조선업의 빅2 체제 개편 무산으로 인한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낮을 전망이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조선 시황 특성 상 발주가 다시 줄어들 경우 빅3 체제 하에서는 저가 수주, 과당 경쟁을 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가지 긍정적인 건 전 세계적인 탄소저감 움직임으로 인해 LNG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란 점이다. 또 해양 규제도 강화하며 기존 벙커C유를 연료로 쓰는 선박의 LNG 추진선으로의 전환도 꾸준할 가능성이 높다. 수년 간은 정부가 내다본 것처럼 빅3 체제 유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계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혔던 과당경쟁의 싹을 자를 기회를 놓친 건 뼈 아프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매각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수행해야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제 공은 산은으로 넘어갔다. 산은이 재매각 작업에 나설 경우 시장에서는 잠재적 인수후보군으로 한화·포스코·효성그룹 등을 꼽고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거나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관심을 보였던 건 2008~2009년 조선업 호황기 때로 현재는 그룹 사업을 친환경 위주로 재편한 탓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인한 시너지가 더 이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또 수소·친환경 소재·우주 사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앞둔 만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자금 마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인수 추진을 점쳐보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과점 문제로 가능성이 낮다.

국내 매각이 불가능할 경우 남은 카드는 해외 매각이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방위사업 부문인 잠수함, 함정 건조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이 꼽힌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규모는 갖췄지만 기술력에서 뒤떨어지는 중국 조선소들이 꼽힌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안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LNG 운반선 건조 기술과 같은 한국 조선 경쟁력의 핵심 기술 유출 우려가 커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찮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산업은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긴데다, 중대재해, 강성노조 등 경영 상 리스크가 만만찮다”며 “국내 대기업 중에서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전무해 해외 매각이 가능한 선택지이지만 핵심 기술이 빠져나가는 게 문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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