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업계가 젊은 인재를 붙잡기 위해 성과 공유에 적극 나서고 벤처 투자를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다. ‘투자 업계의 꽃’으로 불리던 사모펀드지만 최근 벤처캐피털(VC)이나 스타트업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인력 유출이 빈번해지자 나온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견 사모펀드인 SG프라이빗에쿼티(PE)는 창업 10년째를 맞아 젊은 운용역들도 성과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성과 보수는 펀드 운용 기간 받는 관리 보수에 비해 금액이 훨씬 크지만 보통 펀드 청산 때 받을 수 있어 젊은 직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SG PE는 30대 중반 운용역이 성과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시니어 운용역이 투자했던 기업들의 회수 작업을 맡겼다. 투자 기업 관리 및 회수 경험을 쌓으면서 성과에 따른 보너스도 챙길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운용 인력의 잦은 이탈은 사모펀드에 자금을 대는 기관투자가(LP)들의 불안을 키우는 측면도 있어 PE들이 5년 차 안팎의 운용역에게 다양한 기회를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벤처캐피털의 투자 수익률이 높고 창업으로 대박을 내는 사례도 적지 않자 사모펀드들이 벤처 투자에 진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 인력 관리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의 한 대표는 “젊은 운용역들은 플랫폼 등 혁신 산업 투자에 관심이 많다”며 “새로 벤처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데는 실력 있는 인재를 잘 관리하려는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토종 사모펀드 중 최대인 IMM PE는 삼성전자에서 해외 벤처 투자를 담당했던 윤홍열 상무를 영입한 후 서빙 로봇 기업인 베어로보틱스에 약 600억 원을 투자했다. IMM PE가 주력해온 ‘바이아웃(기업 인수 후 매각)’ 거래와 사실상 전혀 다른 딜이지만 젊은 운용역들의 관심이 커 윤 상무를 중심으로 기술 기업 투자만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을 정도다.
대형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는 최근 부사장 직위를 신설해 전무급을 대거 승진시킨 데 이어 하위 직급도 전체적으로 상향해 30대 초반 부장이 나왔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30대에 임원 직위를 받기도 하는 벤처 투자 업계와 균형을 맞춰 인력 유출을 최소화하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해석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에서 젊은 고액 연봉자나 성공한 창업자들이 늘자 사모펀드 업계에 이직 수요가 많아져 젊은 인재를 잡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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