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불순은 생리주기나 출혈 지속일수, 출혈량 등이 평소와 달라지는 총체적 증상을 뜻한다. 산부인과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여성건강의 중요한 척도가 되는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일부 여성들에게서 생리불순 사례가 보고되며 부작용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생리주기 변화…"가능성 있지만 일시적 변화"
실제 작년 9월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백신접종 후 부정출혈, 생리불순’ 사례는 일주일 간 700건이 넘었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에서도 각각 15만 건과 3만 건이 넘는 이상반응이 보고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 관련 부작용 의심 사례가 증가하자 백신 접종이 생리주기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이 달 초 국제학술지 ‘산부인과학’(Obstetrics & Gynecology)에 실린 논문을 통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예일대 의과대학과 오리건 보건과학대, 브라운대 워런앨퍼트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이 생리주기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미국 거주 18~45세 여성 중 정보제공에 동의한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신을 접종한 여성의 생리주기는 평균 하루 정도 길어졌다. 다만 일시적인 변화로 보인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휴 테일러 예일대 교수는 “백신 접종 후 생리주기가 바뀌었다는 여성들의 사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처음으로 확인하게 됐다"며 “연구에서 나타난 변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기를 벗어난다는 점이 다소 귀찮을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 봤을 때 해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 속 기름진 식습관, 다낭성난소증후군에 영향
이번 연구를 통해 백신 접종이 여성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걱정은 일부 덜어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부정출혈 등 생리불순을 유발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도 늘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방부인과 전문의인 김순아 대전자생한방병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배달음식 소비가 증가했다”며 “고칼로리 식단도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생리불순의 원인이 되는 대표 질환 중 하나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발생빈도가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 수는 2018년 4만 8,207명, 2019년 5만 1,834명, 2020년 5만 4,897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호르몬 불균형에 의해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며 나타난다. 호르몬 변화는 인슐린 저항성 문제와 연관이 깊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음식 이용률이 늘고 고칼로리 음식 섭취가 증가하면서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고, 다낭성난소증후군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 음식은 달고 짠 메뉴가 많기 때문에 급격한 당 수치 상승을 야기한다. 따라서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칼로리와 당, 염분을 낮춘 로우스펙(Low-Spec)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로우스펙 음식으로는 곤약밥과 두부면이 추천된다. 곤약밥은 칼로리는 낮지만 포만감이 큰 곤약을 활용해서 만든 밥이다. 밥을 지을 때 곤약을 섞어 넣으면 칼로리 섭취를 40%나 줄일 수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다. 두부를 얇고 길게 면처럼 썰어낸 두부면은 탄수화물을 대체하기 좋은 수단이다. 두부면으로 파스타를 만들 경우 1인분 기준 탄수화물 섭취를 27g에서 3g으로 낮출 수 있다.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으로 카페인을 꼽을 수 있다. 카페인 남용은 에스트로겐 수치에 변화를 준다. 따라서 생리 전후에는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를 삼가하고, 디카페인 또는 당도가 낮은 제로스펙(Zero-Spec) 음료를 마시는 것이 권고된다.
김순아 원장은 “한방에서도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의 반복 섭취가 혈액이 한 곳에 정체되는 현상인 어혈을 야기해 체내 순환능력을 저하시킨다고 본다”며 “생리불순은 주로 자궁 안의 어혈이 문제기 때문에 의료진의 진료를 거친 후 필요하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연장으로 외부활동 감소…"자궁 압박하는 좌식습관 주의해야"
코로나19로 인한 외부활동 제한도 생리불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재택근무와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대학 연구팀이 35개 연구기관에서 실시한 국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신체활동이 35% 감소하고 앉아있는 시간이 2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올바른 좌식습관이 중요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을 갖고 있다. 다리를 꼬는 자세는 골반을 틀어지게 해 생리불순의 원인이 된다. 위로 꼬아 포갠 다리 쪽 골반에 체중이 실리면서 반대쪽 골반 근육들이 당겨져 자궁에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김순아 원장은 “골반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가진 경우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발 기마 스트레칭’과 ‘학다리 스트레칭'이 틀어진 골반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발 기마 스트레칭은 무릎으로 선 자세에서 쪽 발을 앞으로 내디딘 다음 무릎을 밀어주는 자세다. 무릎을 최대한 구부리되 몸의 중심을 일직선으로 유지해야 한다. 반대쪽 무릎까지 한 세트로 총 3회 반복해 주면 골반 이완과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학다리 스트레칭은 몸을 지탱할 물건이 옆에 있을 때 따라 하기 좋다. 의자나 벽을 잡고 바르게 선 다음 한쪽 발을 뒤로 들어 올려 발목을 잡아준다. 발목을 손으로 잡기 어렵다면 수건이나 밴드를 활용해도 좋다.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이면서 오른쪽 다리를 쭉 당겨주면 된다. 동작은 좌우 각각 15초씩 3세트가 적당하다. 학다리 스트레칭은 허벅지 앞쪽 근육인 대퇴직근을 이완해 틀어진 골반교정에 효과적이다.
만약 스트레칭을 할 때 통증이 심하거나 일주일 이상이 지속된다면 골반 교정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이 경우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고 필요 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비수술 치료법 중 하나인 추나요법으로 통증의 원인을 바로잡는다. 골반 주변을 손으로 밀고 당기며 관절을 적절한 위치로 교정하고 어혈을 풀어줘 순환을 돕는다. 특히 추나요법은 환자 개인의 체형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맞춤치료를 실시해 더욱 효과적이다.
김순아 원장은 “골반의 균형이 깨지면 생리불순뿐만 아니라 몸 안의 장기 기능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코로나 상황 속 변화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체질을 개선하고 호르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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