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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 남순강화




1990년 12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사회주의가 반드시 자본주의를 대체해야 한다”는 글을 실었다. 1980년대 말 정치·경제 혼란은 시장화 개혁 탓으로 전통적 사회주의로 돌아가야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1978년 시작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가 단행되고 공산당 내부에서도 덩샤오핑의 노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던 시점이었다.

도전에 직면한 덩샤오핑은 1992년 1월 18일부터 2월 22일까지 우한·주하이·선전·상하이 등 남부 지방의 경제도시를 시찰하면서 개혁·개방의 확대 필요성과 시급성을 역설했다. 당시 순시에 나선 덩샤오핑의 담화들을 ‘남순강화(南巡講話)’라고 한다. 그 요지는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다. 앞으로 생산력 신장, 국력 증진, 인민의 삶 향상 여부가 정책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과감히 실행하고 100년 동안 흔들림 없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순강화가 많은 국민의 호응을 얻으면서 중국의 개혁·개방 속도는 더 빨라졌다. 국무원이 400여 개의 경제 규제를 없애는 등 연쇄적인 개혁 조치를 취하자 창업 열풍이 불었다. 대외 관계에도 탄력이 붙었다. 1992년 8월 한국과 수교를 하고 그해 10월 일왕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켰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 경제에 날개를 달아줬다. 2002년 이후 수출과 수입이 모두 연간 20% 이상 성장하면서 2010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추월해 주요 2개국(G2)으로 발돋움했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이 남순강화 3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개혁·개방 40주년인 2018년 주하이 방문으로 ‘신(新)남순강화’ 행보를 보였던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G2 위상에 걸맞은 중국의 역할을 외면한 채 국내적으로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하면서 주변국들을 윽박지르는 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의 팽창주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안보 강화와 기술 초격차 확보 등으로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나라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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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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