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금리상승에 회사채 연기·취소…'카타르 LNG' 수입도 차질 우려

■심층분석…글로벌 악재에 긴장하는 기업들

롯데지주·한솔제지 등 회사채 발행 중단

美연준·한은, 기준금리 추가인상에 비용부담

러시아·우크라 긴장고조에 원유·원자재 불안

삼성·LG 가전·현대車는 러시아 판매 차질





미국발 글로벌 금융 긴축과 우크라이나 갈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연초부터 동시다발적인 위기 상황이 몰아치면서 우리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예견돼온 위험인 ‘회색코뿔소’가 우리 경제를 덮치는 시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최근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지주가 최근 2,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계획을 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지주는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오는 3~4월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상환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롯데지주는 “최근 대내외 현안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CP는 주로 기업이 단기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것인데 CP 상환을 위한 회사채 발행을 철회했다는 것은 그만큼 롯데지주의 단기 자금 운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한솔제지도 금리 인상 이후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1,000억 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 계획을 중단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인증 평가에서 가장 높은 ‘G1’을 획득하는 등 수요예측을 위한 사전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했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계획을 바꾼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며 “똑같은 액면가의 채권을 발행해도 실제 조달하는 자금은 줄어드는 만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능력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가 계속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들 예측했지만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기업들이 자금 조달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해 최소 5번 이상 인상하고 한은 기준금리도 2%대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의 자금 조달 여력은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긴장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유럽 각국을 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도 닫히고 이는 연쇄적인 원유 가격 상승과 물류난을 초래할 수 있다.현재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고 유럽 각국에 공급되는 가스 파이프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 카타르 등지에서 LNG를 유럽으로 가져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국이 카타르산 LNG를 유럽으로 조달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으로 와야 할 LNG 물량이 축소돼 가격 급등이라는 불똥이 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LNG 전체 수입량 가운데 25%(1,149만여 톤)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LNG 가격과 대체 에너지원인 원유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기업들의 판매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기업들이 10년 넘게 투자해 온 러시아 시장은 전쟁과 함께 내수가 크게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칼루가(삼성전자)와 루자(LG전자), 상트페테르부르크(현대차) 등 현지 공장의 정상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 간 대립이 격해지면 기업들로서는 러시아 시장에서의 판매망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전기차 등 미래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부적 변수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보다 한국 기업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미래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점쳐지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는 인텔이 200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 초대형 투자를 예고하며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인텔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부흥하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에 뛰어든 모양새다. 배터리에서는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기차 업체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테슬라는 이르면 연내부터 기가 텍사스와 기가 베를린 등지에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는 목표다. 파나소닉 등이 참여한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생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배터리 생산에 두각을 보이는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