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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아찔한 '날것'의 매력…"SNL의 '풍자 DNA'에 OTT 강점 더해졌죠"

■[인터뷰]SNL코리아 유성모·권성욱·오원택 PD

세대 간 부딪힘 드러낸 '주기자가 간다' 인기

보기드문 정치 풍자에 우상호·나경원도 진땀

공감 소재 발굴로 세태 풍자도 퀄리티 높여

OTT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SNL코리아’를 만드는 권성욱(왼쪽부터), 유성모, 오원택 에이스토리 PD. /오승현 기자




#1. 여야 정치인들의 인터뷰 자리에 MZ세대의 술자리 놀이인 ‘밸런스 게임’이 등장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중 크리스마스에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을 골라야 하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식 한 명을 꼭 키워야 하면 표창장 위조한 딸과 상습 도박한 아들 중 누굴 고르겠냐는 질문을 받는다. 뜬금없는 타이밍에 영상편지도 보낸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 대표에게 각각 영상편지를 보냈다. 오랜 정치 경력으로 미디어 응대에 자신 있다는 정치인들이 언뜻 가볍지만 매우 뼈있는 질문 앞에 하나같이 난처한 웃음을 터트린다. 우 의원의 “조국이한테 죽었다”는 농담도 상당히 화제가 됐다.

#2. 방송의 오프닝 영상이 나오기 전, 배우들이 이재명·윤석열·안철수 등 대선 후보들과 그들의 아내를 연상케 하는 분장을 하고 스튜디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아파트 주차장, 분리수거장, 카페 등 동네를 무대로 TV토론의 출연자 수, 이른바 ‘멸콩’ 논란, 대장동 비리 의혹, 과거 통화내용 등 각종 이슈를 동네일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후보 본인 못지않게 이슈가 되는 부인들 이야기도 끄집어낸다. 음악, 무대장치 등을 이용해 분위기를 예열하기 전에 갑자기 시작하는 ‘콜드 오프닝’이다. 국내 방송에서는 친숙하지 않은 구성으로, 생각 없이 오프닝이 흐르겠거니 생각한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다.

‘주기자가 간다’ 코너에 나온 우상호(왼쪾)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주현영. /사진 제공=쿠팡플레이


한동안 국내에서 보기 드물었던 풍자 프로그램이 돌아왔다. 지난해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되고 있는 ‘SNL(Saturday Night Live) 코리아’다. 3월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 SNL코리아의 날카로우면서도 경쾌한 정치풍자가 쿠팡플레이로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을 이끄는 유성모·권성욱·오원택 PD는 최근 서울 상암동 에이스토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처음부터 정치풍자를 하겠다고 나선 건 아니다. 대선 정국이 맞물린 덕분이지 심각하게 접근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출연한 정치인들이 MZ세대를 비롯한 젊은층과 소통하고 싶었고, 웃음 포인트를 주다 보니 그간 한국에서 볼 수 없던 콘텐츠가 나왔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정치인들이 자신하고 인터뷰에 임하지만 쉽지 않아 한다. 주현영에게서 도망치기 쉽지 않지”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주기자가 간다’ 코너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장면. /사진 제공=쿠팡플레이


정치풍자의 중심인 ‘주기자가 간다’ 코너를 맡고 있는 오 PD는 “기성세대와 MZ세대 등 세대 간 부딪힘이 날것으로 보이는 것”을 인기의 비결로 꼽았다. 주기자를 연기하는 주현영은 제작진의 사전 양해 후 평소 받지 못할 법하지만 캐릭터가 대변하는 젊은 층이 궁금해 할 질문도 서슴없이 전하고, 정치인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 이런 인터뷰가 가능한 건 순수한 느낌으로 돌직구 질문을 던지는 주기자 캐릭터 덕이다. 유 PD는 “주현영(출연자)에게 캐릭터를 개발해 오라고 숙제를 줬는데 대학 토론배틀에 나오는 설익은 대학생 캐릭터를 가져왔더라”며 “코너들을 준비하다가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접목했는데 녹화 날 너무 웃겼다”고 돌아봤다.

새로운 히트 코너인 콜드 오프닝은 시즌2로 접어들며 제작진이 히든카드로 준비했다. 이를 위해 시즌2를 시작하기 몇 달 전부터 권혁수·김민교·정상훈·정이랑·주현영 등 출연자들은 성대모사를 연습했다. 권 PD는 “출연진의 장기를 보여줄 캐릭터를 찾다가 만들어졌다”며 “시즌2부터 좀 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에 재미를 집중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돌아봤다. 덕분에 시청자들이 집중력이 덜한 오프닝 부분부터 주위를 환기하는데 성공했다.



‘SNL코리아’ 시즌2에서 새로 등장한 ‘콜드 오프닝’. 출연진이 대선 후보 부부와 비슷한 분장과 성대모사로 각종 이슈들을 풍자한다. /사진 제공=쿠팡플레이


정치뿐 아니라 SNL코리아의 핵심인 세태풍자의 퀄리티는 OTT를 만나면서 다시금 높아졌다. 대표 코너인 ‘위크엔드 업데이트’에서는 젊은 층의 MBTI검사 유행, 명품과 한정판 운동화를 구입하려는 ‘오픈 런’ 등 여러 가지 사회현상을 코믹하게 다뤘다. 시즌2 첫 회 호스트였던 배우 신혜선이 젊은 MZ세대의 언어습관을 리얼하게 재현하기도 하고, 코로나19 시대 자영업자로 살아남는 법을 다룬 영상에선 오락가락하는 방역수칙도 풍자한다. 오 PD는 “SNL의 DNA에 사회·정치풍자가 들어 있다”며 “세대가 분리되면서 공통의 관심사가 사라지는 시대라, 디테일하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를 발굴하려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 덕분일까. ‘SNL코리아’는 넷플릭스 ‘솔로지옥’ 정도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OTT 예능 중 화제성이 높은 콘텐츠로 꼽힌다. 매일 나오는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고 제작·출연진의 시각, 재미와 감에 집중하게 된다는 점에서 OTT와의 작업에 장점이 있다고 세 사람은 입을 모았다. 처음엔 OTT가 접근성 면에서 쉽지 않겠다며 반대했다는 유 PD는 “방송 다음날 휴대전화로 시청률 표를 안 봐도 되는 게 가장 좋다”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심리적으로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묘사할 수 있게 됐다. OTT에선 리얼하게 가도 되겠더라”고 말했다. 권 PD는 “예전엔 시청률로 반응을 봤다면 이젠 주변에서 재밌게 봤다고 연락이 온다. 반응이 늦지만 쌓여서 오는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SNL코리아에 호스트로 등장한 배우 신혜선이 MZ세대를 풍자하는 콩트를 찍고 있다. /사진 제공=쿠팡플레이


과거의 풍자 콘텐츠가 그랬듯 자칫 대선 후 화제성과 표현 수위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유 PD의 반응은 덤덤하다. “4년에 한 번 오는 월드컵, 올림픽처럼 대선도 5년에 한 번 오는 빅 이벤트로 비유할 수 있어요. 대선이 끝나면 풍자가 사그라든다기보다, 동시대인들이 그때 관심 있어 하는 또 다른 사회적 관심사와 공감할 이슈를 찾아 다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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