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을 대폭 강화한 기준안을 의결했다. 아동을 직접적으로 사망케 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을, 학대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될 시 최대 징역 22년6개월의 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또 “훈육 목적으로 그랬다”는 변명이 감형 요소에서 제외되게 됐다.
25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제114차 회의를 개최하고 ‘아동학대범외 양형기준 수정안’과 ‘벌금형 양형기준 설정 원칙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양형위에 따르면 앞으로는 ‘훈육과 교육을 위한 것이었다’는 아동학대 범죄 가해자의 항변이 형량 감경에 참작되지 않는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죄 특별감경인자 중 ‘참작할 만한 범행 동기’에 ‘단순 훈육, 교육 등의 목적으로 범행에 이른 경우는 제외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양형위는 “훈육 또는 교육의 목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형을 감경받아왔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어 이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앞서 112차와 113차 회의에서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아동학대 살해죄의 경우 권고 형량 범위를 ‘징역 2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으로 설정한 바 있다. 기본이 17~22년으로 가중처벌의 경우 20년 및 무기징역 이상이다. 여러 정상을 참작하는 감경 시에도 12~18년을 선고할 수 있다. 양형위는 “아동학대 살해죄 중 극단적인 인명 경시 살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살인죄 양형 기준과 비교해 더 무거운 형량 범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매매하는 범죄의 양형 기준도 함께 의결됐다. 성적 학대는 △감경 4개월~1년 6개월 △기본 8개월~2년 6개월 △가중 2~5년, 아동 매매는 △6개월~2년 △1~3년 △2년 6개월~6년으로 정했다. 또 아동의 신체와 정신을 학대하거나 유기·방임할 경우에도 가중처벌 시 기존 1~2년에서 1년 2개월~3년 6개월로 상향 조정했다.
양형위는 114차 회의에서 양형인자를 추가로 정비하기도 했다. 합의 관련 양형요소 중 ‘처벌불원’만을 특별감경인자(주요 참작 사유)로 포함하고 일반감경인자(일반 참작 사유) 중 ‘진지한 반성’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설했다. 또 ‘형사처벌 전력 없음’에 대한 정의 규정을 새로 만들어 적용 범위를 제한했다.
양형위는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 원칙도 새로 세웠다. 범죄 별로 개별적인 양형기준을 세우기로 하되 교통범죄를 첫 설정 대상으로 정하고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2019년 구약식 사건 49만8,472건 중 음주운전은 8만1,554건(16.36%),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은 4만6,588건(9.35%)으로 매년 벌금형 죄명 빈도 순위 1, 2위를 기록할 만큼 빈번한 상황이다.
양형위는 “교통범죄와 관련해서는 벌금 1,000만원을 초과하는 등 고액 벌금만 다투면서 항소하는 경우도 꽤 있으므로 그 형량에 대한 양형 기준이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형위는 다음달 25일 대법원 회의실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접수할 방침이다. 이를 검토한 뒤 오는 3월 양형위 전체회의에서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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