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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융산업은 ‘규제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단기 정책 목표에 함몰된 당국

금융사 간 혁신 경쟁 유도 못해

신기술 발 맞춘 '규제 선진화'로

소비자 피해·산업 퇴보 막아야





금융 산업에 있어서 금융 규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금융 산업은 규제 산업이다. 이는 금융시장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고 금융거래의 구조적 난해함으로 인해 금융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다른 산업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금융 산업이 발전한다는 것은 기업이나 개인 등 금융 소비자가 다양한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더 쉽고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금융 산업 규모, 임금 수준, 일자리 창출 능력,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가가치 비율 등은 금융 산업 발전에 따라 나타나는 일반적인 결과들일 뿐이다.

금융 산업과 금융 규제의 관계는 기차와 철로의 관계로 비유할 수 있다. 금융 규제가 철로면 금융 산업은 그 위를 수많은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 일단 철로가 만들어지면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승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차가 만들어진다. 고속 철로가 깔리면 고속 기차가 개발되고 승객들은 원하는 곳을 쉽고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일 새로운 기술이 출현했는데도 불구하고 저속 철로가 그대로 있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들에게 돌아가고 승객들의 활동 반경은 정체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금융정책의 핵심은 금융 규제의 선진화다. 즉 첫 번째로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금융 서비스 출현을 금융 산업이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진화시키고 두 번째로 금융시장에서의 경쟁을 충분히 유도해 금융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하는 형태의 규제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 소비자들을 위한 금융 규제의 선진화가 금융 산업 발전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들에서 중점적으로 추진된 금융정책들은 주로 경제성장 등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형태의 금융정책이 주를 이뤘다. 이는 아마도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 상황에서 금융 당국도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다 보니 일어난 일이었을 것이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금융정책, 즉 정책금융은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을 유발한다. 첫째, 금융 당국의 노력이 정책금융 쪽으로 분산되면서 적기에 금융 규제가 진화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사실 금융 규제를 선진화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과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금융시장에서 충분한 경쟁을 유도하면서 기술 및 경제 환경 변화에 금융 규제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금융 당국이 전력을 다해도 이룰 수 있을까 말까 한 난제다. 둘째, 자원이 낭비된다. 금융정책을 이용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현실적으로는 자원의 낭비만 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셋째, 금융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금융 산업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과거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운영하는 것을 방치했던 것이나 라임이나 옵티머스와 같은 사기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근본적으로 금융 당국의 주된 관심이 정책금융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창조금융·혁신금융·생산적금융·기술금융 등 다양한 형태의 정책 목표 지향형 금융정책 용어들이 등장했지만 이러한 금융정책이 과연 얼마나 우리 경제의 생산성 제고에 기여했는지 의문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금융 당국이 정중동의 자세로 금융 소비자의 효익 증대를 위한 금융 규제 선진화에 매진하는 것이 금융 산업 및 우리 경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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