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믓 그스멍
느거 나거
바당은
곱가르지 안 ㅎㆍㄴ다
땅 문세
집 문세
문세옌 ㅎㆍㄴ걸
베려나 봐시냐
바당은
그믓 긋지 안ㅎㆍ영……
게난
살아졌주
시깨나 읽어봤지만 첫 줄부터 막힌다. 두 번째 줄로 건너뛰어도 난감하다. 시루떡에 박힌 콩처럼 한두 개 아는 단어를 이어봐도 매끄럽게 뜻이 통하지 않는다. 제주 여행 중 한 찻집에 들렀을 때 만난 시다. 감물 천에 정성껏 쓴 손 글씨 앞에 난색을 표하니 토박이 주인이 웃으며 한 줄씩 새겨준다. ‘금을 그으며 네 것 내 것 바다는 가르지 않는다. 땅 문서 집 문서 문서라고 하는 걸 보기나 봤을까. 바다는 금을 긋지 않아서… 그러니깐 살아졌지요.’ 꽉 막힌 귀를 틔워주니 갑갑한 숨이 트였다. 임인년 설 명절, 금 없는 바다 같은 어머니 고향이 기다린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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