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에 치매를 진단하면 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 첫 방문까지 평균 2.7년이나 걸립니다. 미리 치매 가능성을 손쉽게 가늠할 수 있는 측정 도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헬스케어 기술 스타트업 세븐포인트원의 이현준(38·사진) 대표가 2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간단한 대화만으로 인지 저하 여부를 판별하는 인공지능(AI)과 치매 환자의 우울증 개선을 돕는 가상현실(VR) 기술로 디지털 치유 솔루션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븐포인트원은 치매 진단 전후에 각각 쓰이는 헬스케어 기술을 함께 갖고 있다. 인지 측정 솔루션 ‘알츠윈’은 빠르게 환자를 식별하는 일종의 ‘치매 레이더’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전화나 애플리케이션·웹으로 불특정 환자를 가려내기 때문이다. 지역 어르신과 정기적으로 통화하면서 동물 이름 말하기 등 1분 정도 짧은 대화를 통해 AI가 20가지 판별 포인트를 잡아내는 방식이다. 실제 지난해 고양시 치매안심센터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측정을 진행한 결과 의심 증상을 보인 ‘숨겨진’ 어르신 60여 명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의사의 대면 진단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한 정확도와 신뢰성을 보인 임상 연구 결과도 얻었다”며 “병원 내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치매 위험도를 판별해 의사의 조기 진단으로 이끌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치매나 인지 저하로 진단받은 환자를 돕는 VR 서비스 ‘센텐츠’도 내놓았다. 기존 유사한 VR 프로그램들과 다른 점은 회상 요법을 적용해 개발했다는 것이다. 어르신은 머리에 VR 기기를 쓰고 50여 가지의 옛 고향, 계절 풍경과 스토리를 가상 경험하며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단기 기억을 상실하는 치매 환자들도 청년 시절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장기 기억을 자극해 정서적 안정과 인지 개선 효과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대학 병원 2곳에서 임상 연구를 통해 치매 환자 우울증 수치 감소 효과를 나타낸 이 기술로 이 대표는 국내 특허 1건을 등록했으며 7건을 출원했다. 측정 기술인 알츠윈은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의 기반 기술을 적용했다.
그는 “치매는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기에 조기 발견으로 경과를 늦추고 환자와 가족의 행복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한 이 대표는 금융맨 출신이다. 5년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한국 관련 인수합병(M&A) 등을 담당한 그는 한국 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에서 재무 부사장까지 지낸 후 지난 2017년 세븐포인트원을 창업했다.
이 대표는 새해를 사업 본궤도 진입의 원년으로 삼았다. 현재 라이나생명보험과 손잡고 일반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인지 측정 서비스 영역을 부산·인천·세종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그는 “우울증 개선 솔루션을 요양병원·자살예방센터 등과 협의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 대상(B2C) 인지 개선 서비스도 연내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현재 의료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는 기술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개척하는 한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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