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을 기록했다. 연말 이후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던 지지율이 50여 일 만에 다시 같아진 것이다. 지지층 결집이 마무리 단계라는 분석부터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숨어 있는 표심’이 등장한 결과라는 등 해석도 다양하다. 다만 아직도 의견 유보층은 두 자릿수에 이르고 ‘샤이’ 이재명·윤석열의 표가 상당하다고 평가 받고 있는 만큼 여야 선거대책위원회는 현재의 여론조사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설 밥상머리 민심에 이후 지지율은 얼마든지 방향을 틀 수 있어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적진에 침투해 최대한 많은 표를 갖고 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31일 예정된 양자 토론은 유보층의 마음을 잡을 결정적 순간으로 보고 있다. 여야 선대위가 “토론을 통해 표심을 끌어 오겠다”고 벼르는 이유다.
여론조사 회사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1월 4주 차 정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은 35%로 똑같았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5%,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4% 순이었다. ‘그 외 인물’은 1%, 의견 유보는 10%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을 이룬 것은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11월 30일~12월 2일) 조사 이후 50여 일 만으로, 대선이 4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박빙 구도를 설명해주고 있다. 설 직전의 민심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의견 유보 10%는 이념적 중도층이기보다는 이·윤 후보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중간층”이라며 “해당 10%를 얼마나 후보가 확보하느냐가 선거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연초 당 갈등을 수습한 뒤 윤 후보의 상승세가 확연해지는 양상이지만 조사 방법에 따라 두 후보의 격차가 크게 달라져 안갯속 정국을 더욱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최근 한 주간 자동응답방식(ARS)은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최대 11.6%포인트(21~22일 전국 유권자 2000명 대상 PNR 조사)까지 앞서며 압도하고 있다. 반면 전화 면접 방식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1·2위를 다투는 모습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수층이 전화 면접보다 ARS에서 윤 후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전화 면접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의 적극 지지층이 응답을 유보해 무당층으로 빠지는 샤이 보수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샤이 재명’의 존재를 제기하는 입장도 있다. ARS의 낮은 응답률을 고려할 때 ‘샤이 재명’이 응답하기보다 보수층이 ARS에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식이다. NBS나 한국갤럽 등 전화 면접 방식은 13~26%의 응답률을 보인 반면 ARS인 KSOI의 응답률은 8.8% 수준이다.
이런 조사 방식과 응답률을 고려할 때 두 후보 모두의 지지율 희비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둘 수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결집된 지지층은 최대치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여권 성향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선 당시 지지율이 35~37% 수준이었지만 최종 득표율이 41.08%였다”며 “무응답층인 중간층의 투표 참여가 결국 득표율로 나타나는 선거가 재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선거에서의 최종 투표율이 이번 대선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대 대선 투표율은 지난 1997년 80.7%를 기록한 뒤 16대 70.8%, 17대 63%로 줄곧 하락하다 18대 75.8%, 19대 77.2%로 반등했다. 다만 19대 대선의 경우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사전투표 제도가 대선에 처음 적용되고 투표 시간이 오후 8시까지 연장됐음에도 18대 대선보다 투표율이 1.4%포인트밖에 상승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 속에 투표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대 대선 수준의 투표율이 나와야 진행되고 있는 여론조사, 표심 흡입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비호감 대선으로 흐르면서 무당층이나 청년층 투표 열기가 식을 가능성이 높다”며 “투표율 하락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결집된 지지층을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으로 이끄는 후보가 결국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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