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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난타] 설 민심과 TV 토론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

설 TV토론 놓고 여야 잡음 크지만

시청률 하락 추세에 큰 영향 못미쳐

후보 단일화가 지지율 '최대 변수'

절박함 드러낸 공약도 효과 미지수





설 연휴가 시작된다. 설 민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양당 후보들은 설 직전에 TV 토론을 하겠다고 합의했었다. 토론을 통해 설 민심의 주인공이 될 심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양자 토론 계획은 법원에 의해 무산됐다. 그 이후 4자 토론에 합의하나 싶더니 국민의힘 측에서 양자 토론을 다시 제안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TV 토론을 통해 설 밥상의 주인공이 되고 지지율을 올려보려 생각했다면 이는 정확한 사고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TV 토론은 생각보다 지지율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미국 대선 TV 토론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힐러리 클린턴 대 도널드 트럼프 사이의 토론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세 차례에 걸친 토론에서 힐러리가 모두 압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탄핵 때문에 치러진 19대 대선을 예외로 치면 17대 대선과 18대 대선에서 TV 토론 전과 후의 지지율 변화는 오차 범위 내의 미미한 변화만 있었을 뿐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TV 토론 시청률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TV 토론이 처음 실시됐던 15대 대선의 경우 시청률이 50%를 웃돌았지만 그 이후 대선에서는 20%대 혹은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청률이 중요한 이유는 TV 토론이 스윙보터의 후보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스윙보터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기 때문에 TV 토론을 시청할 확률도 낮다. 일단 시청을 해야 지지 후보를 결정하든 바꾸든 할 터인데 시청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시청률이 낮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유권자들에게도 TV 토론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토론에서 뒤지더라도 지지자들은 토론을 잘한 상대 후보를 언변만 뛰어나다는 식으로 폄하하고 토론에서 밀린 자신의 지지 후보를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토론은 지지 후보에 대한 확증 편향은 강화시킬 수 있지만 지지 후보를 변경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TV 토론은 유권자들의 ‘알 권리’ 충족 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그 외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후보 단일화 같은 사안이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 우리 대선 역사를 보더라도 단일화가 대선 판도를 극적으로 변화시킨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야권 후보들 간의 단일화 가능성을 두고 일각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언급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을 들어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후보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에 동조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야권 후보들이 모두 완주해서 결국 정권 교체에 실패한다면 완주한 야권 후보들은 정권 교체를 바랐던 상당한 수의 유권자들을 적으로 돌리게 돼 정치 생명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반대로 단일화 없이 정권 교체가 된다면 당선되지 못한 나머지 후보는 정치적 존재감을 상실하게 된다. 해당 후보 없이도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단일화는 필요하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시작될 기미를 보이면 여권은 더욱 초조해질 수 있다. 탄핵 직후 형성했던 중도·진보 연합이 와해된 상태에서 중도층의 관심이 야권으로 쏠릴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여권은 초조한 것 같다. 후보가 눈물로 읍소하고 당 지도부는 청주 상당과 안성, 종로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들이 지지율 변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거나 변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들 스스로가 만든 규칙을 무시하면서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냈고 상대의 위성정당을 비난하다가 스스로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은 이런 야당의 언급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다급할수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경험을 여권은 되뇔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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