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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만필]수술 잘하는 의사의 조건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절개 최소화·수술시간 단축 넘어

수술 전 최적의 치료법 판단하고

발생가능한 부작용 최대한 고려

환자와 충분한 공감대 형성해야





외과 의사들끼리는 종종 “저 의사는 수술 잘한다” 혹은 “저 의사는 수술 잘 못한다”는 말을 한다. 수술을 주로 해야 하는 외과 의사 입장에서 수술을 잘 못 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수술을 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체력이 젊었을 때보다는 떨어지기 때문에 수술을 많이 하기도 힘들고 장시간 동안 해야 하는 수술이 부담스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수술을 잘할 수 있도록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하는 외과 의사들이 많다.

수술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수술을 빨리 끝내면 잘하는 의사일까? 사실 수술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환자가 마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환자에게 좋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비록 수술실이 무균실이라고 해도 공기 중에 환부가 오래 노출되면 감염 위험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수술 잘하는 의사가 되려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수술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수술을 빨리 끝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 어떤 외과 의사는 1시간 안에 끝내는데 다른 외과 의사는 서너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의사의 성향과 수술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수술할 때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혈을 꼼꼼하게 하는 의사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고 큰 혈관만 신경 쓰고 작은 혈관은 무시하면서 수술하는 의사는 시간이 덜 걸린다. 수술하는 과정에서 결정을 해야 할 때 빠르게 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신중하게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한 후 결정하는 의사도 있다. 이처럼 여러 조건에 의해 수술 시간이 달라지므로 수술 잘하는 의사가 되려면 빨리 끝내는 것 외에 다른 조건도 갖춰야 한다.

환자는 크게 수술을 꼭 해야 하는 환자,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 수술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심하고 안 할 수도 없는 경계선에 있는 환자 세 부류이다. 꼭 수술해야 하는 환자와 안 해도 되는 환자는 크게 고민할 것이 없다.



문제는 경계선에 있는 환자들이다. 경계선에 있을 경우 어떤 의사는 수술을 하고 또 다른 의사는 가능한 한 수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흔히 전자를 ‘공격적’, 후자를 ‘보수적, 수동적’이라고 표현한다. 환자의 상태와 의사 개인의 성향 등 여러 조건에 따라 결론을 달리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다만 너무 공격적으로 수술을 하는 것도,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수술을 안 하려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공격적으로 수술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거나 반대로 보수적으로 수술을 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환자가 더 악화했다면 둘 다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되기 어렵다.

환자의 성격이나 상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의사 관점에서는 수술을 하는 것이 환자에게 좋다는 판단이 서도 환자가 수술을 극구 거부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존중할 필요가 있다. 환자가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강행하면 환자가 불만을 계속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술 잘하는 의사는 수술 전 최적의 치료 방법을 잘 판단하는 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의 상태·성향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수술 잘하는 의사가 될 수 있다. 또한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예를 들어 인공관절 수술 후 다리가 붓는다든지 열감이 있거나 열이 나거나 할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전에는 크게 절개하고 수술하는 의사를 빅 서전 혹은 큰 의사, 위대한 의사라고 표현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한 한 절개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의사가 수술 잘하는 의사로 인정받는다. 작게 쨀수록 수술 부작용도 줄어들고 회복 속도도 빨라져 그만큼 환자에게 좋기 때문에 절개 부위가 작을수록 잘하는 의사라는 데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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