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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 금융가에 불어닥친 여풍(女風), 돌풍될까 미풍될까

신한금융그룹 첫 여성 CEO 선임

국민銀 여성 경영진 6명 신규임명

ESG경영 강조에 女임원 발탁 독려

리스크 관리·신사업 발굴서도 강점

女리더 늘고있지만 이사 비율 4%

보수적인 조직문화서 한계 지적도





지난해 말 이후 금융권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잇따라 발탁되면서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금융권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빅테크·핀테크의 공세에 맞서 신사업 발굴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여성 등 수평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재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생존의 문제로 등장하면서 조직 인력 구조 개선도 절실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은 타 업권에 비해 유리천장이 공고화된 만큼 여풍은 구색 맞추기식 미풍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금융그룹 및 시중은행 인사에서 여성 CEO·임원들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여성’이 주요 인사 키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을 신한DS 대표로 선임했다. 조 대표는 여상을 졸업한 뒤 신한은행 공채 1기로 입행해 CEO까지 오른 것으로 신한금융에서 여성 CEO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금융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는 김명희 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이 새롭게 영입됐다. KB금융에서는 지난 2018년 증권 업계 최초 여성 CEO 기록을 쓴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KB금융그룹 총괄부문장을 겸직, 3명의 부회장들과 함께 4인 그룹 체제를 맡게 됐다.

은행권에서도 여성 임원들이 늘었다. 국민은행에서는 올해 여성 경영진(본부장급 이상) 6명이 신규 선임돼 총 10명으로 늘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여성 본부장 2명을 추가 선임해 여성 임원급은 5명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창립 22년 만에 첫 내부 출신 여성 임원이 탄생, 김미영 불법금융대응단 국장이 기획·경영 담당 부원장보에 선임됐다.

금융권에서 여성 리더들이 늘어난 이유는 여권 신장 등 사회 분위기 변화와 함께 ESG 경영이 강조된 영향이 컸다. 이사진 구성 다양성이 ‘지배구조(G)’의 평가 대상인 만큼 여성 이사진 및 여성 임원 발탁이 독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사회에서 여성 이사의 비중 증가는 이사회에 다양한 관점 및 경험을 제공해 회사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도 호칭 및 직급이 없어지는 등 수평적인 문화가 강조되면서 여성 리더들의 소통 능력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에 강점이 있는 여성 인재들이 주목받는 모습”이라며 “권위적인 성향의 기존 남성 임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금융권은 리스크가 관리가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섬세하고 위험 요인을 더욱 고려하는 여성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공고하고 여성 임원 발탁은 ESG 경영에 발맞춘 구색 맞추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은 “국내 금융권의 여성 리더 배출은 아직 미진한 수준”이라며 “고위층으로 갈수록 남성 중심 문화가 더욱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고 해외와 비교했을 때 자발적으로 여성 리더를 키우기보다 억지로 자리를 채우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인재가 임원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외부적 요인도 있다. 남성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열어주고 위에서도 적극적으로 끌어주지만 여성은 리테일 등으로 업무가 한정되는 등 인력 개발 불균형이 크다는 지적이다. 자녀 교육이나 승진에서의 한계 등을 느끼고 40대 무렵 퇴사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여성 인재풀도 급격히 줄어든다.

금융권 여성 리더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내 금융사에서 여성 이사 비율은 저조한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이사회 다양성 추구와 금융회사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 이사회의 여성 이사 비율은 약 4.1%로 나타났다. 은행 13개, 증권사 27개, 보험회사 12개의 사외이사 총 209명 가운데 여성은 12명에 그쳤다. 사내이사 129명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했다. 그간 은행권에서 여성 행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과 2020년 말 취임한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정도다. 보험 업계에서는 현재 라이나생명을 이끌고 있는 조지은 대표가 2011년 손병옥 전 푸르덴셜생명 대표이사 이후로 9년 만에 탄생한 보험사 2호 여성 CEO다. 저축은행 79개 중 여성 CEO는 평택 서순희 대표, 청주 노재기 대표 2명뿐이다.

금융권에서 능력 있는 여성 임원들과 CEO가 더 탄생하려면 기업 문화 개선과 함께 회장 등 CEO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그룹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 등 주요 금융지주들의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지만 이것이 보여주기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혜정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금융사들은 단순히 남녀 비율의 특정 수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소통능력을 갖춘 여성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동시에 사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여성 임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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