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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건설사 회사채 찬바람…'중대법·현산' 유탄 맞았다

■ 한화 1500억·현대 4000억 조달 '비상'

안전 사고 리스크에 투자 심리 '급랭'

건설경기도 불확실…자금난 심화할듯





건설 업계에 악재가 넘쳐나면서 대기업 계열 건설 회사조차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 사고의 여파와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 부동산 경기 ‘피크아웃(고점에서 하락)’ 관측까지 겹치면서 중소 건설 업체의 자금난 우려가 커지게 됐다. 당장 오는 10일 한화(000880)건설이 1200억 원(최대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10일 수요예측을 거쳐 2년물 400억 원, 3년물 600억 원 등 1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올해 시장에 처음 나오는 건설채여서 10일 수요예측 결과는 건설 업계의 추후 회사채 발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건설은 발행이 가능하면 회사채 물량을 15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시장에서는 기본 물량도 미매각이 발생해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나 인수단이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한화건설과 신용등급(A-)이 같은 HDC현대EP가 지난달 3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다가 관계사인 HDC현산 사태로 연기한 바 있고 롯데건설과 한신공영도 중대재해법 시행 등으로 시장의 투자 심리가 급랭하자 회사채 발행 계획을 급히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지난해 3월 발행한 회사채 금리가 당초 연 1.829%였으나 이달 유통시장에서 2.882%까지 150bp(1bp=0.01%포인트) 이상 치솟기도 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산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언제든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고 중대재해법이 도사리고 있는 데다 건설업 경기 하강설까지 제기되니 보수적인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에 이어 현대건설(000720)과 SK에코플랜트도 이달 하순 각각 2000억 원(최대 4000억 원)과 1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지만 한화건설의 회사채 발행이 흥행하지 못하면 추가 금리 상승 및 발행 물량 인수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도 이달 15일 코스피 상장을 계획했다가 철회해 수천억 원의 자금 조달 기회를 날린 바 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중소형 건설 업체는 자금난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걱정했다.



오는 10일 수요예측을 거쳐 17일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한화건설은 지난해 2% 초반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올해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수요예측에서 회사채 미매각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금리를 최대한 높여야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연 2.52%까지 떨어졌던 한화건설의 3년물 기준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금리)는 올 들어 이미 3.68%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신규 회사채 금리가 대부분 해당 기업의 민평금리를 기준으로 발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화건설의 경우 4% 안팎의 고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신용 등급이 AA인 우량 건설사의 자금 조달 여건도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15일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준비 중인 현대건설은 1년 만에 민평금리가 1.271%에서 2.717%로 두 배 넘게 올랐다. 2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인 현대건설은 1년 만에 금융 비용이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의 경우 미매각 시 총액을 인수해줄 인수단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시장 수요가 위축돼 회사채 세일즈에도 난항을 겪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활황에 힘입어 역대급 자금을 조달한 바 있는 건설사들은 올 들어 급격히 위축된 시장 분위기에 특히 당황하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만 3조 2500억 원의 현금을 조달하며 2020년(2조 5000억 원), 2019년(1조 7200억 원)에 비해서도 풍부한 유동성 혜택을 누린 바 있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는 한편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세 가격 강세와 입주 물량 감소 추이가 채권시장에 훈풍을 몰고 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올 들어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급변하고 있다.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에게 형사처벌을 내리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업장 사고 여파가 일파만파로 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은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커져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한 채권 투자자들이 잇따라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기업 실적이 떨어지거나 영업이 어려워지는 등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회사가 과거 발행한 회사채는 유통시장에서 금리가 급등하며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신규 회사채에 대한 인수 주문을 확보하려면 금리를 한층 높여 개인투자자(리테일) 수요를 끌어들여야 한다. 최근 롯데건설과 한신공영은 3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차환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높은 금리에 부담을 느끼고 발행을 미룬 상태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데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자 건설채의 선호도가 낮아진 점도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중견 건설사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잇따라 발생했던 트라우마가 언급될 정도다. 부동산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 가격의 거품이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 건설 업체들이 연쇄 디폴트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기도 한다”며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벌써 경기가 ‘피크아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건설사들의 주된 자금 조달 수단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증권 금리가 오르는 것도 건설사들에 부담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PF 유동화증권을 활용해 공사 자금을 조달하는데 분양 수익금을 상환 재원으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고 해당 대출채권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는 형태다.

한 대형 증권사의 자금 조달 담당 임원은 “유동화증권의 경우 대부분 만기가 3~6개월로 회사채보다 짧아 위험 부담이 덜하다”면서 “다만 신용 보강이 없는 A2~A3 저등급 채권의 경우 롤오버(차환) 시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군산 지곡 공동주택 개발 사업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에코아이리스(SPC) 유동화증권 금리는 지난해 2월 1.55%에서 이달 2.75%로 무려 1.20%포인트나 급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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