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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흑자 낸 지방대 절반이 5000명 미만 소규모…'도미노 위기' 시간문제

[고등교육 위기, 재정개혁으로 풀자]

<상> 대학 재정 비상…흔들리는 상아탑

학령인구 감소 직격탄…올 정시 미충원 16곳 모두 지방대

법인 전입금 확대 쉽지않고 기부금마저 '부자 대학'에 쏠려

예산 늘지만 '반값 등록금'에 써 실질 지원금 턱없이 부족





서울 지역 주요 대학들이 올해도 학부생 등록금을 동결할 방침이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 상한선을 1.65% 이하로 고시했지만 등록금을 올릴 경우 3000억 원가량의 예산이 배정된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등 인상에 따른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대학은 등록금을 소폭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제한적 대면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지원자가 줄어 미충원이 발생한 상황에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정원의 12%가량을 채우지 못한 이 대학은 30억 원가량의 운영수지 적자를 냈다.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미충원 확대로 재정난이 심화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해 대학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운영 수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등록금을 올릴 수 없으니 다른 수입원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법인 전입금을 늘리는 방안이 있지만 적립금 규모가 크지 않은 대부분의 ‘가난한’ 지방 사립대에는 언감생심이다. 기부금도 ‘부자 대학’에 몰린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상아탑의 기반이 흔들리고 대학의 재정 위기는 지방대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미충원 속출 지방대 재정난 심화…수도권 대학 전이 시간문제=서울경제가 국내 4년제 사립대의 재정 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운영수지 흑자 대학 41곳 중 수도권 소재 대학은 22개로 나타났다. 운영수지가 흑자인 지방대는 21개로 수도권 대학과 비슷했으나 이 가운데 8곳이 신학대와 같은 재학생 수 5,000명 미만의 소규모 대학이고 흑자 규모도 학교당 10억 원 미만이었다. 특히 흑자 규모 상위 대학 10개가 전체 운영수지 흑자의 68.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7개가 수도권 대학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은 총 16곳으로 모두 지방대다. 경쟁률이 3 대 1 미만으로 사실상 미달인 59곳 중 49곳이 지방대다.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는 “지역 학생 인구의 감소로 지방대의 위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한계대학’은 구조 조정하더라도 일정 부분 경쟁력을 갖춘 지방대의 경우 재정 지원을 통해 지역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대의 위기가 수도권 대학으로 전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학령인구 감소세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신입생 미충원 규모는 올해 8만 명, 2023년 9만 6000명, 2024년 12만 30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2년 뒤에는 재학생 1만 명 이상의 대규모 대학 10곳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다.

적립금 규모가 큰 대학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해도 등록금 규제가 지속되고 신입생 미충원 사태가 발생할 경우 운영난을 겪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전입금을 확충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기부금도 크게 늘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학들이 교육과 연구를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설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폭 확대돼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재정 제도 개편 과정에서 고등교육 지원 방안 강구해야=정부의 고등교육 예산 지원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대부분 ‘반값 등록금’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장학금 지원이어서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 양성을 위한 실질적인 투자 재원은 크게 부족한 상태다. 무엇보다 초·중등교육에 비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투자 수준이 너무 낮아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1290달러(R&D 포함)로 초등 1만 2535달러, 중등 1만 4978달러에 비해 적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초·중·고교생보다 적은 나라는 OECD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에 대학들은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총생산(GDP) 1.1% 수준의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고등교육세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재정 제도 개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국가 위상에 비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크게 미흡한 상황”이라며 “학생·학부모에게 부담을 주는 등록금 인상이 어렵다면 대학 경쟁력 강화와 교육 질 제고를 위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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