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지하철역에 최근 창고와 사무실·병원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기존 지하철역의 경우 대부분이 상점 위주로 구성됐다. 하지만 서울 지하철 운영 기관인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역 유휴 공간을 활용한 수익 다각화에 나서면서 변화에 물꼬가 트였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운송, 상가 임대 등 수익 감소 위기를 공간 활용이라는 ‘기회’로 바꾼다는 게 공사의 전략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사는 지하철역이 이동 편의·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을 활용한 물류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지난 2020년 11월 답십리·이수·가락시장역에 첫선을 보인 ‘또타스토리지’다. 이는 개인 창고 장기 대여 서비스로 월 7만~13만 원의 요금을 내면 소형 가구, 캠핑용품 등 물품을 원하는 기간 동안 보관할 수 있다. 현재 12개 역에서 13곳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13곳, 220칸 가운데 166칸이 이용돼 75%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공사는 논현·군자역과 같이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 연내 10곳을 추가하는 등 또타스토리지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여가·취미 활동이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거 공간의 제약으로 별도의 보관 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공사는 또 또타스토리지와 함께 공유 사무실, 메디컬존 등도 함께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공유 사무실은 지난해 10월부터 영등포구청·공덕·왕십리·마들 등 4개 역에서 운영 중이다. 또 2호선 역삼역과 1·3호선 종로3가역에는 병원·약국을 함께 운영하는 메디컬존을 준비하고 있다. 공사는 앞으로 운영 상황을 검토하면서 사업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사가 지하철역의 화려한 변신을 꾀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익 저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공사는 2020년 6월부터 물품 보관과 택배 등 서비스를 제공한 생활물류지원센터를 연내에 100곳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애초 추진한 미래 먹거리 산업 계획이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또 지하철역에 주로 위치한 상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피하지 못하면서 수익 감소에 직면했다. 공사가 2020년 상반기부터 상가 입점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임대료 감면 조치를 시행하는 등 지원에 나섰으나 일부 상가는 결국 이용객 감소를 견디지 못해 폐업했다. 공사 수익의 3분의 1가량(30%)을 차지하는 지하철역 유휴 공간 활용과 역명 병기 등 비운송 사업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수익 감소라는 위기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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