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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환원 늘리는 기업들…‘주주 중심'의 시대가 열릴까 [선데이 머니카페]

'어닝 시즌' 주주 환원 외치는 기업 대폭 늘어나

카카오·KB금융·기아 등 역대급 주주 환원 주목

SK이노 등 손실 늘어난 기업도 배당 실시해 눈길

기업 부정적 이미지 탈피 위한 고육지책 여겨져

3월 주총 앞두고 주주제안 부쩍 늘어난 추세

힘 쎄진 소액주주, 주총 반란 일으킬까 관건





상장사들이 저마다의 경영 성과를 공개하는 ‘어닝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번 실적 시즌에서는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두 가지 특징이 발견됐는데요. 첫 번째는 탄탄한 이익 및 향후 이익 성장세가 주가에 미치는 힘이 근래 들어 가장 커졌다는 점일 겁니다. 한마디로 지난해 실적이 탁월했고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금융주로의 투자 쏠림 현상이 강해진 반면 성장 기대감은 크지만 이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게임·전기차 등 성장주의 낙폭은 컸습니다. 통화 긴축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돼 가는 상황 속에서 이익 대비 주가가 저평가 받고 있는 ‘가치주’의 매력이 당분간 계속 돋보일 전망입니다.

두 번째는 컨퍼런스콜에서 ‘주주 환원’을 언급하는 상장사들이 유독 많았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이익의 증감 여부를 떠나 중장기적으로 배당 성향을 늘리겠다거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겠다는 식의 약속이 줄을 이었는데요. 이번 주 ‘선데이 머니 카페’에서는 마침내 소액 주주들을 신경 쓰기 시작한 상장사들의 면면과 변화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하고… ‘주주 환원’ 외치는 기업들


지난해부터 ‘회사 쪼개기’와 주요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개미들의 블랙 리스트에 오른 카카오(035720). 오는 3월 대표로 정식 취임할 남궁훈 내정자는 지난 11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단단한 배수의 진을 쳐 눈길을 끌었습니다. “주가가 15만 원으로 회복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약속한 것이죠.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연합뉴스


그는 지난 2021년 상반기에만 18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매월 3억 원 이상의 급여를 포기하면서 회사 가치 회복에 치중하겠다고 다짐한 겁니다. 그리고 다음날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카카오는 올해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향후 3년간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의 15~30%를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할 계획이라는 중장기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카카오 시가총액이 현재 40조 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의 주주 환원인 셈입니다. 시장 역시 즉각 반응해 이날 카카오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5.04% 오른 9만 17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새로 쓴 금융기업들도 잇따라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금융기업들은 특히 벌어들인 이익 대비 주가가 낮아 자산 대비 주가의 수준을 의미하는 PBR이 0.5배를 겨우 넘는 곳도 많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만 팔아도 시가총액의 2배가 된다는 셈이니 상장사로서는 상당한 굴욕입니다. 이런 저평가 상황을 회복하기 위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요. 실제 KB금융(105560)은 올해 배당성향을 이익의 30%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자사주 1500억 원을 소각하겠다고 밝혔고 하나금융도 배당성향을 30%까지 높이고 자사주 소각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4대 금융지주의 배당액만 3조 8000억 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이 밖에도 예년 대비 대폭 늘어난 배당과 주주 환원 정책을 선보인 기업들이 속출했는데요. SK하이닉스(000660)는 앞으로 3년 간 고정 배당금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리고 3년간 누적 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삼성전자처럼 1년에 4번 배당을 지급하는 분기배당까지 도입했네요. 또 기아는 1주당 3000원을 지급해 전년 1000원에서 3배로 배당금을 늘렸고 SK는 중간배당을 포함해 주당 8000원을 지급해 2015년 통합지주사 출범 후 최대 규모의 주주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목소리 커진 주주들 더 이상 무시못해…ESG도 관건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이익이 난 기업뿐 아니라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도 배당이나 주주 환원을 시행하거나 고민하고 있는 점일 겁니다. 글로벌 대비 배당이 인색하다고 평가받던 국내 상장사들의 과거를 돌아볼 때 놀라운 변화인 셈이죠.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증시 참여가 대폭 늘어나며 소액 주주들의 목소리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진 것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일례로 SK이노베이션(096770)의 경우 지난해 4분기 47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시장 기대치인 5560억 원을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는데 보통주 1주당 0.11주의 주식을 배당하는 ‘깜짝 배당’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원래 경영진은 예정된 투자 계획 등을 이유로 무배당을 추진했지만 배터리 부문을 두 번이나 물적 분할(SK IET, SK온)해 주주들의 불만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배당은 반드시 줘야 한다는 이사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죠.

지난해 5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SKIET/한국거래소


역시 지난해 4분기 4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시장 눈높이 대비 -80%의 ‘어닝 쇼크’를 기록했던 크래프톤(259960)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주가가 25만 9000원에 그쳐 지난해 8월 상장할 당시의 공모가인 49만 800원의 반 토막이 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입니다.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감행했던 만큼 주가 하락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카카오의 역대급 주주 환원 대책도 사실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먹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 컸다는 해석이 주를 이룹니다.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잇따라 상장시키며 기업 가치를 급격하게 늘려갔는데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900억 원 가량의 스톡옵션을 카카오페이 상장 1개월 여 만에 팔아치우면서 분위기가 급랭했습니다. 투자자들의 맹렬한 비판이 이어지며 카카오 계열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물론 카카오모빌리티 등 상장을 준비 중이던 다른 자회사들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정도로 타격을 입었죠.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된 분위기 속에서 경영진 및 기업의 부정과 관련된 이슈는 기업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요소”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도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더 이상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3월 주총,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성공할까


분명히 달라지고 있는 증시 분위기 속에서 오는 3월의 정기 주주총회는 여느 때보다 주주들과 기업 경영진의 갈등이 거세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주주 중심주의’를 확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무르익는 가운데 여전히 주주를 무시하고 주주 환원에 안일한 기업들을 향한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요구하는 이른바 ‘주주 행동주의’의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주주 환원을 늘리라’는 목소리를 담은 주주 서한 발송이 줄 잇고 있으며 소액 주주들의 연대도 단단해지는 모습입니다.



일례로 SK케미칼(285130)의 경우 최근 안다자산운용으로부터 배당성향 확대 등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받았는데요, 최근 소액주주연대가 안다자산운용과 함께 할 것을 시사하며 주총 표 대결이 상당히 팽팽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금호석유(011780)화학 주식 8.53%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자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전 상무 역시 11일 OCI가 지난해 12월 자기주식을 교환해 취득한 금호석유 주식 17만 1847주에 대한 의결권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당시 금호석화와 OCI가 경영상 필요없이 지배권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교환한 것이니 그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입니다. 박 전 상무는 앞서 9일 금호석유에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주주 제안서를 발송한 바 있는데요. 3월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승기를 잡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입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무)가 도입된 이래 투자자 권익 보호와 자산 증대를 위해 적극적인 주주 활동에 나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여럿 탄생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펀드의 주주 서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들의 활동 역시 주춤해졌었는데요. 최근 ESG 경영이 중요해지고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가파르게 늘며 주주 권익 보호라는 가치가 다시 조명을 받는 모습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부하고 투자하는 스마트 개미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일부 대주주만 이익을 보는 지배구조 등에 불만을 품기 시작한 상태”라며 “특히 최근 대기업의 물적 분할 이슈 등으로 주주가치 훼손이 화두로 떠오르며 주주들이 직접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설명하기도 하네요. 과연 올해 3월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란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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