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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하이틴 감성 동계스포츠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있다고?

피겨 선수 동생과 아이스하키 선수 오빠

가족과 친구들 사이 웃음+감동 스토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로 칠(2021)' 리뷰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넷플릭스 드라마 ‘제로 칠(Zero Chill)’




넷플릭스 드라마 ‘제로 칠(Zero Chill)’


스포츠 선수들의 땀과 열정을 느끼고 싶다면 당장 다른 걸 찾기를 바란다. 하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운을 달래고자 한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이 보여준 '하이틴' 감성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 이 드라마가 제격이다. '동계 스포츠'와 '하이틴' 두 가지 요소가 적절히 섞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제로 칠(Zero Chill)'은 지난해 3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10부작 영국 하이틴 드라마다. 회당 30분, 전체 재생시간이 300분에 불과해 정주행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아이스하키와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십대 쌍둥이 남매가 주인공이다. 쌍둥이 오빠 맥(다코타 벤자민 테일러)은 잘나가는 아이스하키 유망주. 동생 케일라(그레이스 비디)는 꿈 많은 피겨 스케이팅 페어(혼성팀) 선수다. 둘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는 영국 명문 하키팀인 '해머스'에 입단하게 된 맥을 위해 캐나다에서 영국으로 갑자기 이민을 오게 됐다. 때문에 동생 케일라는 자신의 유일한 피겨 파트너와 헤어지게 된 상황. 케일라가 영국에서 새로운 파트너와 친구를 찾는 과정 그리고 맥 역시 새로운 팀에서 적응해가는 과정이 주요 서사다.

오빠와 사이가 틀어진 케일라는 해머스 링크장에 깜짝 등장해 오빠 맥을 망신 준다. 맥도 이에 질세라 동생 뒤를 밟더니 링크장에서 몰래 연습하던 걸 감독에게 일러바친다. 이 일로 벌을 받게 된 케일라는 링크장 스낵바에서 청소를 맡게 되고 그곳에서 일하던 여 알바생 스카이(제이드 마)와 절친이 된다. 자연스레 스카이와 눈이 마주치는 맥과 동료들. 그런데 어쩐지 남자들은 죄다 스카이에 한눈에 반한 눈치다. 그 나라에선 이국적인 동양계 외모를 지니고 있어 눈에 띄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틈만 나면 남자 선수들이 추파를 던지지만 그녀에겐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어 보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로 칠'은 진지하게 스포츠맨십을 다루거나 선수들의 리얼리티를 살린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극의 재미는 '하이틴'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해결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캐릭터 설정들이 뒤따른다. 유망주이자 슈퍼스타인 맥은 정작 하키에 열정을 잃어버렸음을 고백한다. 해머스 감독 딸이자 케일라의 라이벌로 나오는 피겨 선수 에이바(아나스타샤 호호라타)는 정작 피겨가 싫다. 한번은 피겨 연습에 빠지고 피자 파티에 다녀온 에이바를 나무라는 전직 피겨 선수 엄마. 그녀 앞에서 "하키가 하고 싶어요!"라고 외쳐보지만 농담도 잘 한다며 웃어넘길 뿐.

꼬일대로 꼬인 상황 속에서 우정이 피어나고 사랑이 샘솟는다. 스카이가 링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사연을 알게 된 맥과 케일라는 그녀를 진심으로 도우려하고 또 위로한다. 마음의 벽을 쌓았던 스카이도 차츰 마음을 연다. 또 자신에게 엄격하기만 했던 아빠와 엄마에게, 에이바는 당돌하게 맞선다. 그리고 당당히 해머스의 일원이 된다.

스포츠 드라마, 하면 빠질 수 없는 감동이 슬쩍 손을 내민다. '제로 칠'은 시종일관 웃음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특히 가족애에 관한 스토리를 전달하려 애쓴다. 맥과 케일라 두 자녀를 선수로 키워내는 부모로서 할 법한 고민들이 이어지고 소싯적 잘나갔던 일류 하키 선수와 피겨 선수의 딸인 에이바가 부모의 기대와 압박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어떻게 갈등을 풀어내는지 보여주는 결말은 꽤 감동적이다. 갑자기 나타나 상대팀이 이기는데 돈을 걸었다며 다가오는 경기에서 져달라고 부탁하는 못난 아빠도 등장하지만 아이들은 슬기롭게 헤쳐나간다.





'제로 칠'이란 영미권 십대들의 속어 표현으로 차분함이라곤 1도 없는 사람, 신중하지 못하고 바보같은 짓을 저지른 사람에게 "너 완전 깬다"라고 말할 때 쓰이는 '슬랭'이라고 한다. '냉기'를 의미하는 '칠(chill)'이란 단어 앞에 '제로'가 붙어 완성된 이 드라마의 제목은 전혀 차갑지 않은 곳, 뜨거운 빙상을 뜻하기도 한다. '제로 칠' 속 아이들은 십대답게 시종일관 엉뚱하고 바보같은 선택들을 저지르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우정과 사랑을 향한 뜨거운 마음들이 녹아있다.

내용은 그럴지언정 스포츠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리얼리티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다. 정보에 따르면 제작진들은 진정성있는 연출을 위해 출연하는 배우들을 1년 가까이 특훈을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피겨 스케이팅 하면 월드 클래스 김연아의 우아한 피겨 스케이팅, 차준환의 멋지고 나이스한 동작들을 익히 봐온 국내 관객들에게 '제로 칠' 속 연기자들의 피겨 스케이팅은 꽤나 어설프게 느껴질 뿐이다. 딱, 그 부분만 넘어서면 꽤 고개를 끄덕일 만한 '하이틴' 스포츠 드라마임엔 틀림없다.

한편 넷플릭스가 지난 2020년에 내놓은 또다른 빙상 드라마 '스핀 아웃(Spinning out)'이 해외에선 나름 호평을 받았음에도 시즌2 제작이 취소되면서 작품을 좋아했던 팬들을 화나게 한 적이 있었다. 하물며 넷플릭스가 이듬해 비슷한 주제의 '제로 칠'을 공개하는 바람에 '제로 칠'이 상대적으로 혹평을 받기도 했다고. 피겨라는 종목에 포커싱된 '스핀 아웃'보다 조금 더 '하이틴'에 가까운 이 드라마의 매력에 빠진 팬들도 꽤 있는 듯 하다. 10화까지 다 보고나면 분명히 당신은 남아있는 스토리가 궁금해서 시즌2가 있는지 찾아보게 될 텐데,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 역시 시즌2 제작은 불투명한 상태다.

시식평 : 1.5배속으로 보면 더 재밌습니다.

+ 요약
제목 : 제로 칠(Zero Chill)

장르 : 가족, 코미디, 스포츠 드라마

국가 : 영국

공개 : 2021년 3월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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