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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금 우리 학교는' 윤찬영, 연기와 사랑에 빠지다

'지금 우리 학교는' 윤찬영 / 사진=넷플릭스 제공




배우 윤찬영의 머릿속은 온통 연기 생각뿐이다. 학창 시절 단단하게 빠진 짝사랑의 기억도 연기였고, 가장 몰입한 것도 연기였다. 미래 최종 목표 역시 좋아하는 감독과의 작업이라고 밝힌 그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윤찬영의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극본 천성일/연출 이재규/이하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윤찬영은 올곧은 신념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빠르게 판단하는 청산 역을 연기했다. 윤찬영에게 이런 청산을 만나게 된 건 영화 같은 일이었다.

"한창 입시를 준비할 때였어요.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많이 힘들었죠. 한 달 동안 밥만 먹고 연습하면서 수시를 지원했는데, 결과가 안 좋았어요. 많이 상심하고 자책하면서 2주 동안 누워만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되겠다'고 깨달았죠. '내가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서 다시 연기에 몰입했어요. 그러던 중 '지우학' 오디션 소식을 들은 거예요. '여기서는 날 좋게 봐주는지 시험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오디션에 가서 30분 동안 연기를 마치고, 두 달 뒤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후 정시로 한양대에 합격해서 더 뜻깊었죠. 보람차게 20살을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웃음)

윤찬영이 바라본 청산은 이타적인 신념을 지닌 올곧은 학생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소신을 뚝심 있게 끌고 나가는 묵직함도 지녔다. 이런 청산의 신념은 좀비 창궐 이후 빛을 발한다. 친구들을 위해 먼저 나서는 성숙한 행동으로 이어지니. 윤찬영은 청산의 마음에 공감하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를 이해했다.

"청산이 갖고 있는 신념들이 굉장히 와닿았어요. 청산이는 남들이 봤을 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더라고, 자기 마음에 걸리면 못 참고 넘어가지 않는 아이예요. 이게 청산이를 앞에 나설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요. 저도 평소 좋은 일이나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먼저 나서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더 공감이 많이 됐어요. 물론 실제로 좀비를 겪지 않아서 좀비가 나타난 학교에 대해서는 많이 상상했죠. 신기하게 좀비를 연기한 배우들과 있으면 몰입이 되더라고요."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 사진=넷플릭스 제공


청산의 깊숙이 신념은 이해했으나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도 모르겠다고. 극중 청산은 온조(박지후)를 오랫동안 짝사랑하면서 극한의 순간에서 죽음을 불사른다. 목숨 건 사랑이 아직은 이해되지 않았던 윤찬영은 조금이나마 청산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박지후의 얼굴이 담긴 스티커를 주변에 붙여 놓으면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청산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온조를 대하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하고, 자기 목숨보다 더 온조를 챙기잖아요. 제가 짝사랑을 그렇게 해보지 않아서 이해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대본, 핸드폰 등에 온조 스티커를 붙여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으려고 노력했어요. 핸드폰 배경화면도 웹툰 속 온조의 모습입니다."

윤찬영이 학창 시절 이성적 사랑의 경험은 없었어도, 연기를 향한 사랑만큼은 진심이었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본 영화 '라라랜드'를 통해 배우들의 연기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그는 열렬히 연기와 사랑에 빠졌다.

"당시 짝사랑이나 사랑에 대한 감정을 잘 몰랐지만 '라라랜드' 속 사랑 이야기는 정말 애잔하고 슬프고 아름답더라고요. '사랑 자체로 애틋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감정을 나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날부터 연기에 애정을 갖고 연기 연습만 엄청 했던 것 같아요."

청산의 매력은 액션에서도 배가된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는 윤찬영은 축구에서 영감을 얻어 '지우학' 액션신에도 접목했다고 밝혔다. 특히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연구해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녹였다고. 그는 축구를 통해 얻은 체력과 스피드를 기본에 두고 좀비와의 액션신을 만들어 갔다.



"운동장에 좀비가 많잖아요. 축구를 할 때 수비수들을 한 명씩 제쳐나가듯이 좀비를 피해서 목적지까지 골인한다는 생각으로 촬영했어요. 축구를 많이 해서 그런지 빠른 발걸음을 가진 청산을 표현할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폭발력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이건 손흥민 선수의 폭발력을 보고 연구했어요. 파워, 스피드, 결정력을 캐릭터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요, 좋아하는 두 가지를 접목시킬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웃음)



열심히 준비했지만, 좀비와의 액션은 무서움 그 자체였다. 시각적으로 무서웠던 건 물론, 좀비와 와이어 액션을 할 때는 없던 고소공포증이 생길 정도로 떨렸다. 두려움과 무서움이 공존하는 현장이었지만, 그만큼 실감 났고 몰입도 한결 수월했다고.

"좀비들이 현장에 항장 계시잖아요. 촬영 들어가면 너무 무서웠고, 마지막까지 적응이 안 됐어요. 첫 촬영 때는 좀비 꿈을 꿀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컷'이 나오면 좀비들이 배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죠. 도서관 책장 위에서 촬영할 땐 안전장치가 준비돼 있던 현장임에도 높은 곳에서 촬영하다 보니 긴박하더라고요.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높이에서 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지우학'에는 책임지지 않은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윤찬영은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메시지를 자정의 전달했다. 나아가 진정한 어른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학생은 학생인 이유가 있어요. 배워가는 단계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준비하는 단계예요. 또래 친구들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우지만, 멋진 어른들이 도와줘야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거죠. 무책임한 어른들은 배려를 하지 않는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어른이 좋은 어른이잖아요. 학생들이 공감하지 못하는데 자기 입장에서 조언하는 건 배려가 아니죠. 진정으로 배려하는 어른만이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완성된 '지우학'은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에 공개됐고, TV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윤찬영은 믿고 보는 K-좀비에 학교라는 새로운 배경이 더해져 해외 팬들을 사로잡은 거라고 자평했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고,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를 끊임없이 상상하는 게 작품의 매력 포인트다.

"'좀비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되나?'는 상상은 다들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만약 학교에 좀비가 나타나 학생들끼리 맞닥뜨렸다면?'이라는 상상은 하기 쉽지 않죠.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살아남을지 같이 생각하고 즐겨주신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스펙터클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목숨보다 우정과 사랑도 있죠."

"그런데 1위를 한 건 실감이 잘 나지 않아요.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가져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촬영할 때 느꼈던 좋았던 기억들과 추억들이 다시 한번 생각나서 설레요."(웃음)

글로벌하게 주목받은 윤찬영은 더 큰 세계로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비췄다. 인생 영화로 꼽은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게 미래 최고의 목표다. 그는 '지우학'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만큼 셔젤 감독이 '지우학'을 봤다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

"좋은 작품을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제 모습을 보여드린 만큼 셔젤 감독님도 제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요. 올해는 제 모습을 최대한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작품에서 저라는 사람을 더 많이 보여줘서 성장하는 배우고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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