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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가수] 비투비, 아무것도 헛되지 않은 10년의 발자취

비투비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이런 그룹이 또 있었던가. 비투비(BTOB)가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때는 '달린다'보다 '걷는다'는 게 어울릴 정도로 남들보다 느렸지만, 꾸준하게 10년을 걸어오며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결승선이 눈앞에 있는 곳이 아닌, 포기하지 않고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끝내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한 여섯 남자. 비투비의 아름다운 마라톤은 계속된다.

비투비(서은광, 이민혁, 이창섭, 임현식, 프니엘, 육성재)는 지난 21일 정규 3집 '비 투게더(Be Together)'를 발매했다. '디스 이즈 어스(THIS IS US)' 이후 3년 8개월 만의 완전체 앨범이자, 비투비를 음원 강자 반열에 오르게 한 '그리워하다'가 수록된 정규 2집 '브라더 액트(Brother Act)' 이후 첫 정규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뜻깊다.

'비 투게더'는 말 그대로 '함께하자'는 의미의 앨범이다. '함께했던 순간들의 감정과 기억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하자'는 이들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모든 멤버가 무사히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마치고 완전체를 맞이했고, 변함없이 기다려준 팬들이 있었기에 다시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타이틀곡 '노래'는 비투비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곡으로, 노래를 들으며 행복한 기억이든 슬픈 기억이든 추억처럼 떠올리는 아련한 감정이 느껴지는 비투비표 발라드다. 이제껏 자신들이 불렀던 노래들을 읊으며 지난 시간들을 되새긴 것이 눈에 띈다. '괜찮아요'부터 '그리워하다', '너 없이 안 된다', '아름답고도 아프구나' 등 비투비의 찬란한 역사로 남은 곡들의 제목과 가사들을 차용한 것이 재치 있다. 과거 노래들의 포인트 안무를 따서 만든 퍼포먼스까지 곁들인 무대는 함께 길을 걸어온 팬들에게 뭉클할 요소다.

/ 사진=비투비 ‘노래’ 뮤직비디오 캡처


뮤직비디오의 숨겨진 의미를 알면 더 감동적이다. 잠시 동안의 공백기를 갖고 다시 모여 함께 노래하는 비투비의 모습을 담은 '노래'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아무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은 흰 눈밭에 홀로 있는 육성재를 시작으로, 기찻길, 공연장, 음악실 등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들 곁에는 파란 우체통 혹은 편지가 있다. 우체통에서 꺼낸 편지에도, 앨범에서 꺼낸 편지에도 파란 꽃가루가 하나씩 떨어진다. 파란색은 비투비 팬덤 멜로디의 상징색으로, 파란 꽃가루는 비투비를 기다리고 있는 멜로디를 연상케 한다. 저마다 추억이 담긴 음악과 편지로 연결된 멤버들은 서은광의 캠핑카로 하나씩 모인다. 그 안에는 그리움이 담긴 편지들로 가득하다. 파란 우체통 앞에 모이니 다시 만난 이들을 환영하듯 파란 꽃가루가 눈처럼 내린다. 이어 공연장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함께 노래하는 이들의 머리 위로 멜로디의 응원 물결처럼 파란 꽃가루가 흩날린다.

이처럼 비투비는 이번 앨범을 1막에 대한 소회와 새로운 2막을 알리는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전체적인 앨범을 뜯어보자면, 인트로와 인터루드, 아웃트로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정규 2집에서도 사용한 장치인데, 1번 트랙 인트로부터 13번 트랙 아웃트로까지 순서대로 전곡을 듣고 있으면 영화나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인트로 : 발자취'는 비투비의 귀환을 알리는 곡. 3월인 봄에 태어난 이들이 여름과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봄에 찾아온 것을 의미한다. 피아노 사운드와 어우러진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 이후 2번 트랙인 '노래'를 통해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고, 트랙 순서대로 봄이 오고 다시 함께할 시간들을 속삭인다. 외로웠던 순간도, 감사한 마음도 넌지시 털어놓으며 힘들었던 마음들은 모두 흘려보내고 다시 나아갈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서도 인상 깊다. 하이라이트는 '아웃트로 : 앙코르'. 두려웠던 마음이 팬들로 인해 다시 밝게 채워지며, 비투비와 멜로디가 모여 언제나 함께일 것을 약속한다. '노래'를 통해 "널 부를게"라고 시작을 알렸던 이들이 '앙코르'에서 "나를 불러줘"로 끝맺음 하며 '비 투게더'를 완성하는 것까지 완벽하다.





비투비의 10년 성장사의 정점도 볼 수 있다. 꾸준히 자작곡을 실어 왔던 임현식, 이민혁은 처음으로 전곡 프로듀싱에 도전했다. 곡을 만들 때부터 응원법까지 고려할 정도로 섬세하다는 임현식은 감성을 풀어내는 방식이 더 유려해졌다. 작사, 작곡과 편곡은 물론이고 피아노, 기타, 드럼 등 악기 연주도 직접 참여했다. 이민혁은 랩 스타일만큼이나 작곡 스타일도 농후한데, 청초한 발라드와 강렬한 댄스곡을 넘나들며 상반된 개성을 확고히 했다. '보컬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 비투비는 이미 보컬 실력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평이 나있지만, 더 단단하고 세련된 보컬로 퀄리티를 높였다. 이전보다 더 많은 랩 분량을 책임지게 된 이민혁, 프니엘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두 래퍼는 곡의 분위기에 따라 다양하게 랩 스타일을 변주하며 비투비의 스펙트럼을 다채롭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10주년을 맞은 비투비가 보여준 음악과 팀워크라면 미래는 밝다. 가장 잘하고 자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고, 빨리 올라가기 보다 천천히 멀리 가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다. 그런 마음가짐이 남자 아이돌의 미래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군백기를 좁혔고, 그 이상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10주년을 다 함께 기념하기 위해 누군가는 군 입대 시기를 당기고, 팬들과 함께할 시간을 계획했다는 이들. 함께 먼 미래를 바라보지 않았다면 쉽게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조금 느리고 지칠 수 있는 길이었지만 꾸준히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비투비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꾼다. 지금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을 더 널리,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길 바라고 있다. 아이돌이라는 틀을 깨고 비투비라는 팀을 재정립했던 것처럼, 10살이 된 '프로' 비투비는 예전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 나가려 한다.

"10주년이자, 3년이 넘어 모인 완전체인 만큼 '비투비가 잘 하는 게 뭘까. 비투비가 사랑받았던 것이 뭘까' 고민하며 더 비투비스러운 앨범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년을 함께해 준 우리 멜로디와 리스너 분들을 위해 감사하는 마음을 꾹꾹 담아 만들었고요. 비투비의 앞으로 10년도 변함없을 거예요. 그저 비투비 다 함께 묵묵히 걸어나갈 뿐이죠. 언제나 멜로디 옆에서 노래할 생각뿐입니다. 오래오래. 목이 다 할 때까지."

"우리 인생의 동반자 멜로디! 늘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이유가 되는 우리. 지금 우리의 걸음들이 정말 행복해.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자! 사랑해 멜로디♥" (by 비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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