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자 김정주 엔엑스씨(NXC) 이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회사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창업자가 넥슨 지주사인 NXC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가운데 상속세만 수 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유가족이 회사를 승계하는 대신 아예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창업자는 생전에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김 창업자의 자산은 10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포브스는 지난해 그의 자산을 109억 달러(약 13조 원)로 추정했고, 블룸버그는 현재 74억6000만 달러(약 9조 원)로 보고 있다. 국내 주요 거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은 보유 자산이 대부분 상장 주식인 반면 김 창업자의 주요 자산인 NXC는 비상장 주식인 탓에 기업 가치 산정에도 복잡한 셈법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NXC다. 지난해 말 기준 김 창업자가 NXC 지분 67.49%를 보유했고 아내인 유정현 NXC 감사가 29.43%, 두 딸이 각각 0.68%를 갖고 있다. NXC는 넥슨 그룹의 사업 지주사 격인 넥슨재팬 지분 47.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 정점에 있는 회사다. 넥슨은 NXC 아래 넥슨재팬, 그리고 넥슨재팬 아래 넥슨코리아, 넥슨아메리카, 넥슨지티(041140) 등 주요 계열사를 두고 있다. NXC는 또 넥슨재팬과 별개로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과 가상화폐 트레이딩 회사 ‘아퀴스’,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 등을 종속 회사로 두고 있다.
문제는 상속세가 조 단위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 유가족이 이를 모두 부담하면서까지 회사 소유권을 유지할지 여부다. 김 창업자가 따로 상속 방향을 설정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법 상 배우자와 두 자녀는 3대 2대 2의 비율로 상속하게 돼 있다. 여기서 대주주가 30억 원 이상의 지분을 상속하면 상속세율이 50%이고 최대주주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면 20%가 할증돼 60%로 높아진다. 자산 가치를 보수적으로 보고 9조 원으로 계산해도 상속세만 5조4000억 원이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유가족이 김 창업자의 NXC 지분을 물려받기 보다 아예 회사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감사가 NXC에 있으면서 그룹 전반을 살펴보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사실은 알려진 바 없다. 두 딸 역시 NXC 자회사 와이즈키즈를 보유한 것 말고는 그동안 넥슨 경영에 특별히 관여했다고 볼 만한 활동이 없다. 와이즈키즈는 법인 등기상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 소개돼 있다. 김 창업자는 지난 2019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며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번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으로 공개적인 약속이 성실한 실행을 이끈다는 다짐으로 약속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김 창업자는 NXC 지분 정리에 나선 바 있지만 매수자 측과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시장에서는 NXC 기업가치가 15조~17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주식시장에선 상장된 넥슨 계열사들이 매각 기대감에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넥슨재팬은 전 거래일 대비 6% 뛰었다. 국내 상장된 넥슨지티 역시 이날 한때 16%까지 치솟았다가 결국 6.9% 오름세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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