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정책 공약집을 냈습니다. 그런데 공약별 예산이나 재정계획을 낸 분은 한 분도 없습니다. 저 빼고.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마지막 TV 토론(사회 분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세 명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세 후보의 공약집에 공약 가계부로 불리는 △공약 이행 총소요 재원 △공약별 세부 재원 △조달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세 후보 모두 “냈다”며 반박했다.
서울경제의 검증 결과 세 후보가 공약집을 통해 공약 가계부를 낸 사실은 없다. 네 후보의 공약집 중 공약 가계부를 실은 것은 심 후보가 유일하다. 공약집은 각 후보들이 그동안 발표했거나 준비한 공약을 총망라해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자료다. 따라서 공약집에 공약 가계부를 담는 것은 국민들에게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한편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하는 행위라고 평가된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공약을 발표하고도 이에 필요한 총재정 규모가 얼마인지,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공식 재정 공약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예전에 후보들은 부실하지만 정책 공약집에 재정계획을 다 냈다”고 말했다. 대체로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18대·19대 대선 당시 공약 가계부를 적시했다. 국민의힘은 18대 대선, 국민의당은 19대 대선 때 각각 공약 가계부를 넣었다. 세 후보의 공약 가계부 누락에 대해 지난 10년 전보다 후퇴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세 후보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공약 가계부를 냈다. 이마저도 이 후보는 공약별 세부 재원을 제출하지 않았다. 조달 방안에도 구체적인 수치는 적지 않았다. 또 총소요 재원이 300조 원 이상이라고 밝혔으나 지난주 기자회견에서는 300조~350조 원으로 올려 잡았다. 윤 후보는 주요 공약 9개만 꼽아 세부 재원만 서술했다. 이는 총소요 재원의 58.7%에 불과하다. 이를 종합하면 세 후보의 답변은 ‘대체로 거짓’으로 볼 수 있다.
정의당 선대위는 “해당 답변서는 아직 공약이 최종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 작성된 내용”이라고도 지적했다. 심 후보는 “내일이라도 당장 (공약 가계부를) 내야 한다”며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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